[ 김보라 기자 ] “상담만 하셔도 가맹비 100% 면제해 드려요.”
대형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찾으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다. 수백 개 브랜드가 호객 전쟁을 벌인다. 한 박람회에서 알게 된 참가 업체를 얼마 전 찾았다. 서울 성동구의 작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10개가 넘는 브랜드의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상담 의자에 앉자 A대표는 “10개 브랜드 모두 월 최소 1000만원 이상 수익을 보장한다”며 “아무거나 고르라”고 했다. 알고 보니 10개 브랜드 중 3개는 가맹점이 1~3개, 나머지는 간판만 있는 브랜드였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프랜차이즈 브랜드 5273개 중 가맹점이 0개인 곳은 1630곳. 브랜드 3개 중 1개는 실체 없이 가맹점주를 모집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당수는 소수 가맹점으로부터 몇 달간 로열티와 인테리어비 등을 챙기고 폐업 신고를 한다. 별다른 법적 장치도 없다. 잠시 잠적했다가 나타나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 같은 방식의 영업을 재개한다. 피해를 보는 건 가맹점주뿐만 아니다. 수십 년 가맹사업을 해온 장수 프랜차이즈들도 ‘공공의 적’으로 매도된다.
신뢰가 추락하면서 업계 스스로 쇄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영세 가맹본부 난립을 막기 위해 검증 절차를 법제화해 달라는 게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등처럼 본사가 직영점을 1~3년 운영한 뒤 가맹 모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가맹사업 요건 강화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 뒤 이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기업 옴부즈맨 현장회의’에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한 공정위 고위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진입 요건이 생긴다고 가맹점주 권익이 보장될지 불분명하고, 본사의 직영점 운영 경험이 가맹점주 보호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공정위 관계자는 또 “지금의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만으로도 창업자가 옥석을 충분히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참고할 수 있는 정보공개서 숫자는 대부분 1년 반 전 통계다. 프랜차이즈의 ‘갑질’을 뿌리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비 창업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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