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건강한 약 복용법

입력 2017-07-16 17:42  

강재헌 <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서 ‘장수국’ 반열에 들게 됐다. 여러 요인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겠지만, 쉽게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된 보건의료체계 덕분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약 오남용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도 비례해서 늘어나고 있다.

과음해 숙취로 두통이 생기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통약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흔히 사용하는 두통약인 아세트아미노펜은 복용하면 체내에서 독성물질이 생성되지만 간에서 제거되기 때문에 적정 복용량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음주와 함께 복용하면 독성물질이 더 많이 만들어져 제거가 어려워지면서 간 손상을 가져온다. 그러므로 음주와 함께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일부 고지혈증 치료제나 고혈압 약과 함께 자몽주스를 먹으면 약물의 혈중 농도를 높여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칼슘 채널 차단제 계열 고혈압 약을 복용하면서 자몽주스를 마시면 약의 혈압 강하 효과를 지나치게 높여 어지럽거나 실신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약물 복용 후 2시간 정도는 자몽주스를 마시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변비약을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문제는 변비약은 배변 기능을 일시적으로 호전시킬 뿐이지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특히 일부 변비약은 대장을 자극해 연동운동을 늘려 변비를 해결하는데, 이런 약은 장기 복용하면 오히려 변비를 장기화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변비가 있으면 변비약 복용은 최소화하고 식이섬유와 수분 섭취를 늘리고 운동량을 증가시키는 등 먼저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피부가 가렵거나 염증이 생기면 급한 대로 집에 보관 중인 연고를 바르는 경우가 흔하다. 문제는 이런 연고에 들어 있는 성분이 제품마다 다양해서 잘못 바를 경우 오히려 피부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연고를 곰팡이나 세균 감염으로 인한 피부염에 바르면 오히려 피부 감염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 스테로이드 연고를 얼굴 등의 노출 부위에 자주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고 실핏줄이 생기는 모세혈관 확장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약 복용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복용 방법과 복용량을 알고 먹는 것이다. 약 처방을 받거나 구입할 때 반드시 복용법과 복용량을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강재헌 <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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