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환율 하향 안정세…환차익 노린 투자 자제를"
[ 하헌형 기자 ] ‘강(强)달러(원화 약세)’에 베팅해온 개인투자자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에 이달 초 116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이 1주일 만에 1130원대 초반까지 급락해서다.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 환차익을 노린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하락 반전한 원·달러 환율
대표적 ‘달러 재테크’ 상품인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합성)’ 상장지수펀드(ETF) 주가는 지난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50원(0.57%) 내린 8785원에 마감했다. 달러 선물 지수 상승분의 약 두 배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된 이 ETF 주가는 지난 6일 9165원까지 올랐다가 6거래일 만에 4.15%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유럽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 추진 움직임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지난 6일 1157원40전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13일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하락세로 반전했다. 14일 원·달러 환율은 1133원30전까지 떨어졌다.
달러 재테크 상품의 인기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5월 말 105억1000만달러(약 11조913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개인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99억9000만달러로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러 예금은 이자가 연 1.2%에 불과해 달러 가치가 오르지 않으면 사실상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셈”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이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잔액도 지난달 말 1억6400만달러로 전월(1억8612만달러) 대비 11.88% 줄었다.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외국인
대다수 외환 전문가는 올해 말까지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Fed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지난주 미국 뉴욕연방은행은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종전 1.96%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4월 내놓은 추정치(2.6%)보다 0.7%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1.6%로 Fed 목표치(2%)를 크게 밑돌았다.
미국 선물시장 참가자들이 예측한 Fed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43.13%(지난 14일 페드워치 집계)에 그치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달리 유럽은 통화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달러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4일 95.153으로 연초(101.52)보다 6.21% 하락했다.
세계적으로 주식 등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는 점도 달러를 누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해 12월 이후 국내 주식(유가증권시장 기준)과 채권을 8개월 연속 순매수하고 있는 것도 원화 강세 전망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김용태 KEB하나은행 영업부PB센터 팀장은 “달러 약세가 우려된다면 만기 6개월 이하 달러 예금이나 ‘달러 투자 통화안정증권 펀드’ 등 단기 상품에 돈을 넣어 두고 시황을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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