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관리부터 식단, 쇼핑몰까지 운영
“당뇨병 환자의 마음은 당뇨병 환자가 가장 잘 알지 않을까요?”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27·사진)는 중학생 때부터 당뇨병을 앓았다. 지금도 약을 챙겨 먹는다. 그가 지난해 초 닥터다이어리를 설립한 것은 당뇨병 환자로서 느꼈던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고 필요한 것들을 묶어보자는 취지였다.
송 대표는 “닥터다이어리 설립 이전에도 중고휴대폰 유통업 등 몇몇 사업 기회를 통해 머릿속 구상을 현실로 옮겼을 때의 쾌감을 경험했다”며 “내 일상과 가장 밀접한 당뇨병을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하면 더 잘 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니즈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당뇨병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사람당 8만원씩 들여가며 심층조사도 했다. 송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혈당치 관리, 당뇨병 관련 정보 공유, 당뇨병 환자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물 쇼핑몰 등의 기능들을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한데 모았다.
닥터다이어리는 혈당치를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혈당치 관리 기능은 없고 당뇨병 환자들 사이의 정보 공유 공간, 음식이나 의료기기 등을 사고 파는 기능만 있는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들과는 차별화된다. 혈당치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기기가 바뀌어도 데이터는 유지된다. 휴대폰에만 데이터가 저장돼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데이터가 사라지는 다른 혈당치 관리 앱들과는 다르다.
지난달 닥터다이어리에 투자를 결정한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투자업체 DHP의 최윤섭 대표는 “닥터다이어리에 축적된 혈당치 데이터의 활용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며 “이 데이터는 혈당치 관리 솔루션 및 치료제 개발, 임상시험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닥터다이어리는 당뇨병 관련 앱 중에선 가장 인기가 많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틀어 누적 다운로드수는 5만건가량이다. 하루 평균 이용자수는 8000명안팎이다.
닥터다이어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료로 수익을 얻는다. 주요 광고주는 식품업체와 보험사, 의료기기업체다.
닥터다이어리의 주요 수익원은 지난 4월 문을 연 ‘당뇨 쇼핑몰’이다. 혈당치를 관리하느라 식단에 예민한 당뇨병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물들과 혈당치를 재는 의료기기 등을 판다.
업체로부터 물건을 도매가로 사들여 닥터다이어리 사용자들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쇼핑몰로 얻는 수익 규모는 광고료보다 9배가량 많다. 상품 구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초창기 판매하는 물건의 종류는 30~40가지였지만 지금은 130가지까지 늘었다.
송 대표는 “고객들로부터 먹고 나서 혈당치가 올라갔다는 피드백을 받는 상품은 곧바로 쇼핑몰에서 퇴출시킨다”며 “고객들의 반응에 기반한 상품 구성 덕에 재구매율이 9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매출도 빠른 속도로 늘었다. 송 대표는 “주말까지 전직원이 매달려 택배를 싸도 일손이 모자라 최근 아르바이트생 2명을 고용했다”며 “매출이 달마다 늘어나 지난달엔 23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임산부를 비롯해 양로원, 복지관 등에서도 당뇨 쇼핑몰을 찾는다. 당뇨병 환자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일반인에게도 좋다는 인식에서다. 송 대표는 “고객의 15% 안팎은 일반인”이라고 했다.
닥터다이어리의 다음 목표는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다음달 당뇨학교를 처음 연다. 오프라인 공간에 당뇨병 환자들을 모으고 의사들을 초빙해 90일간 당뇨병 관련 강좌도 열고 식습관, 운동법 등을 가르친다.
오프라인 매장도 낼 계획이다. 송 대표는 “자금적인 여유가 생기면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창고도 더 늘리고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고객들과의 스킨십 기회를 늘려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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