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명분 따지더니…
25일 노조창립기념일 휴일 이용
친목 도모 동호회 활동이라지만
회사 영업이익률 10년래 최저
중국 판매 반토막 비상경영 중인데
240명 단체 예약…귀족노조 비난
[ 장창민 기자 ]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17일 한국경제신문사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지난 14일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원을 포함한 근로자 수백 명이 단체로 골프를 친다는 제보였다.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파업 수순에 들어간 상황에서 현대차 근로자들이 단체 골프를 친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전화를 건 독자는 “평균 연봉이 1억원에 달하는 현대차 울산공장 직원들이 파업을 결의한 뒤 단체 골프를 치기 위해 골프장 한 곳을 사실상 통째로 빌렸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이러니까 국민에게 ‘귀족 노조’란 비아냥을 듣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보 내용은 사실이었다. 본지 취재 결과 현대차 소속 직원 240여 명이 60여 개 팀으로 나눠 오는 25일 경북 경주의 한 골프장에 단체 예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근로자들은 사내 골프동호회 회원이었다. 노조원인 울산공장 생산직 직원과 비노조원인 관리직 직원 일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25일은 노조 창립기념일로 근로자들이 쉬는 휴일이기 때문에 동호회 차원에서 단체 골프 행사를 열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회사나 노조 차원의 공식 행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파업을 앞두고 단체 골프 행사를 열기로 한 현대차 근로자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회사나 노조 차원의 골프 대회가 아니라고 해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6년 연속 파업 절차를 밟고 있는 근로자들이 단체 골프 행사를 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노조는 올해 월급 15만3883원 인상(기본급의 7.18%), 전년 수익의 30% 성과급 지급, 65세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르면 18일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단 네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지난해엔 파업으로 회사가 3조원 넘는 돈을 날렸다.
올 들어 현대차가 해외시장에서 최악의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것도 이번 ‘골프 파업’에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1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했다. 영업이익률(5.5%)은 2006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3월부터 중국 시장에선 판매량이 아예 반토막 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회사 임원들은 지난해 말 급여의 10%를 반납하기로 하고 올 들어 과장급 이상 간부도 8년 만에 임금 동결에 나서는 등 아등바등하고 있는데 파업을 선언하자마자 골프장을 예약한 근로자들을 보니 씁쓸하다”며 “현대차 노조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더 커질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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