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에 베팅한 사모펀드 '저유가 역습'에 빈털터리 됐다

입력 2017-07-17 17:51   수정 2017-07-18 10:33

20억달러 굴리던 에너베스트, 유가 반토막나자 자산가치 '0원'
셰일 손익분기점 점점 올라 현재 유가로는 시추 어려워

미국 금리인상에 자금조달 타격
셰일업체들 대거 파산 가능성



[ 오춘호 기자 ] 자산 규모가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달하던 미국의 에너지 관련 사모펀드(PEF)가 파산에 직면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근처에서 맴돌고 있는 게 직격탄이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중에 푼 돈을 흡수하는 긴축정책에 나선 점도 펀드 수익에 악영향을 끼쳤다.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개발 바람을 타고 관련 업체의 채권을 사들인 자금도 많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루아침에 자산가치 ‘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PEF 에너베스트의 자산 가치가 2013년 20억달러로 불어났다가 최근 ‘제로(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92년 설립된 에너베스트는 미국 셰일원유와 천연가스 유정에 주로 투자해 온 사모펀드다. 한때 투자수익률이 30%에 달해 ‘갈퀴로 돈을 긁어모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기세를 몰아 2010년엔 15억달러를 조달해 텍사스와 유타주 등지의 셰일유정을 사들였다.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시기였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2015년부터 반토막이 나 2년 넘게 배럴당 5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자 유정은 멈췄고, 빚까지 끌어다 쓴 펀드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0억달러 이상 펀드가 이처럼 쪽박을 찬 경우는 미국 역사상 일곱 번밖에 없다. 에너베스트에 투자금을 맡긴 곳은 재단과 연기금, 자선단체 등이다.

에너베스트만이 아니다. WSJ에 따르면 지난 18개월 동안 뉴욕 월가에서 총 570억달러(약 65조4702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셰일오일과 가스 채굴 업계에 투자됐다. 저금리에 갈 곳을 잃은 자금이 고수익에 유혹돼 셰일업체가 발행한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채권을 사들였다. 셰일업체들은 이 자금을 투입해 생산을 늘렸다. 올 들어 미국의 하루 평균 석유생산량은 1000만 배럴에 육박했다.

◆국제 유가 하락 악순환

미국의 석유 생산이 늘면서 국제 유가는 강한 반등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지난 6월 말 10개월 만의 최저치인 배럴당 42달러까지 하락했다. 16일엔 46달러 선을 회복했다.

미국 셰일업체의 채굴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평균 55달러 선이다. 유가가 4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어 채산이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증산 경쟁이 붙으면서 업계는 시추 난도가 높은 유정에도 손을 대고 있다. 미 석유서비스 기업 베이커휴즈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가동 중인 리그(석유시추장비) 수는 756기에 달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미 셰일업계 생산비용이 16%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생산비용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Fed의 긴축정책까지 겹쳐

Fed의 보유자산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셰일업체와 관련 투자펀드들에 타격을 주고 있다. 라즐 배로 IEA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의 움직임은 확실히 셰일산업의 자금 조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금 조달이 늦어지면 현재 유가 수준에서는 셰일업체들이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 셰일업체의 하이일드 채권을 사들인 투자펀드는 금리가 올라가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재정이 부실한 셰일업체들이 파산하고 생산이 줄어들면 유가가 올라가고 살아남은 업체는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시 생산에 참여하는 셰일업체가 늘어나 유가가 다시 떨어질 수 있다. 국제 석유시장과 셰일업계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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