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30대 이상이 60%인데 우리는 젊은 층에만 쏠려
혈액 관련 수가도 턱없이 낮아
헌혈의 집 운영 등 어려움
혈액사업에 기부하는 기업에 세금 감면 등 제도적 지원을
[ 이지현 기자 ] “헌혈자들이 헌혈을 하면서 즐겁고 보람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민 모두 헌혈자에게 감사하고 헌혈자를 존경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10일 취임한 김명한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명 나눔의 기부자인 헌혈자들이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북돋우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화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 의과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11년 혈액수혈연구원 수석연구원으로 적십자사에 입사했다. 이후 혈액관리본부 혈액안전국장, 중부혈액검사센터 원장, 남부혈액원 원장 등을 지냈다.
그는 혈액관리본부 실무를 두루 경험했다. 누구보다 본부 업무를 잘 알고 있지만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지역 본부 방문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그는 “대전 부산 등의 혈액원을 방문해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얘기를 나눴다”며 “잘하는 지역 혈액원은 앞서 달려가도록 하고 조금 뒤처진 곳은 밀어주고 끌고 가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했다.
국내 혈액 수급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내 헌혈자의 70% 이상은 29세 이하 젊은 층이다. 하지만 이들의 인구는 점차 줄고 있다. 반면 50대 이상 인구가 늘고 있다. 고령화와 함께 혈액을 필요로 하는 중증 질환자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헌혈자는 줄어드는데 혈액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늘어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일본은 30대 이상 헌혈자가 60% 이상인 데 비해 한국은 30대 이상 헌혈자가 30%를 넘지 못한다”며 “30대 이상 헌혈자를 늘리기 위해 약정 헌혈 등을 확대하고 국방부, 사회단체 등과 지역별 헌혈추진위원회도 꾸리고 있다”고 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지만 국내 혈액수가는 턱없이 낮은 편이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혈액수가는 한국의 3~5배에 이른다. 헌혈자 등으로부터 공짜로 받은 혈액을 수혈 환자 등에게 돈을 주고 판매한다는 사회 인식이 수가 인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수혈자가 혈액을 받아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각종 검사를 하고 혈액제제를 가공 보관하고 운송하는 데 비용이 든다”며 “헌혈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헌혈의 집을 운영해야 하는데 임차료 인건비 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응급 환자를 위해 KTX로 혈액을 운반하는 긴급혈액 운송비용,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백혈구를 제거한 맞춤형 혈액제제를 만드는 비용 등은 혈액수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혈받는 환자가 제때 자신에게 맞는 혈액을 이용하려면 수가 인상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헌혈 사업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기업 등에서 헌혈의 집과 같은 공익시설에 장소를 빌려주면 기부금으로 인정하고 세금을 감면하는 법령이 필요하다”며 “문화 기부, 재능 기부 등 다양한 형태의 기부 문화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했다.
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 때부터 헌혈을 장려하는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전히 헌혈을 하면 감염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헌혈할 때는 모두 일회용만 쓰기 때문에 헌혈로 감염되는 일은 없다”며 “2004년 이후 국내에서는 수혈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도 없다”고 했다. 그는 “생명 나눔을 실천하는 헌혈자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본부를 운영할 것”이라며 “수혈자에게는 필요한 혈액제제를 잘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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