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회사는 취업이 잘 되는 걸로 들었는데, 대기업에 들어가기 어려운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 씨(24)는 한여름 더위 속에 취업 준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본에서 중학교까지 마친 김씨는 한국 대기업 취업을 위해 일본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 한국 대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김씨는 요즘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입사에 앞서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10곳이 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지원했으나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대기업과 공기업 등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기관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억제해온 탓이다.
올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한국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11.2%에 달해 작년 12월(8.7%)보다 2.5%포인트 올라갔다.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신입사원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입사 대기자들이 많아 취업난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연이은 불합격 통보에 지친 김씨는 부모님의 권유로 최근 일본기업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외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인력난이 심해 대졸자들은 2,3개 정도의 기업을 골라갈 정도로 고용상황이 좋다. 김씨는 "일본에서 거주했던 경험이 있고 일본어도 능통해 일본의 주요 기업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김씨뿐 아니라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일본 기업 취업을 노리고 있다. 일본경제협회가 최근 실시한 한국인 대상 인턴 모집 행사에는 예년보다 3배 가까운 구직자들이 지원할 정도로 일본 기업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취준생 모두가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할 정도로 일본 대기업 입사는 쉽지 않다는 게 취업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에서 구인난이 심한 것은 분명하지만,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입사 문턱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일본 리쿠르트홀딩스에 따르면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구인배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전체 구인배율은 1.78을 기록했다. 1인당 일자리가 2개에 가깝다는 경제지표이지만, 대학생들이 몰리는 금융업과 서비스업의 구인배율을 각각 0.19와 0.44로 전년 대비 오히려 떨어졌다.
한국 대학생 10명 중 5명 이상이 대기업 취업을 희망한다. 일본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일본시장으로 취업 전략을 짜는 학생들도 점점 늘고 있다. 구직자가 '갑'이라는 말만 믿고 갔다가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중소기업으로 노선을 돌리거나 취업 재수생이 되었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강현우 한경닷컴 학생인턴기자(고려대 경제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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