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 중재·소상공인 IT 교육 주문
국내 푸드테크(음식+기술) 산업이 발전하려면 기존 외식·식자재 유통 산업 종사자와의 상생을 유도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기존 사업자들이 '푸드테크'와 같은 산업 혁신을 가로막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푸드테크협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푸드테크산업 일자리 창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송희경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학계, 푸드테크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세미나에서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기존 사업자들이 변화를 저지하려 들면서 푸드테크 업계와의 갈등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며 "정부는 푸드테크 기업들이 혁신 경쟁에 뒤쳐지지 않도록 이러한 갈등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봉 미트박스 대표도 "새 정부는 30만개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65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푸드테크 산업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해 자영업자들의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대표는 그간 이어져온 식자재 유통 시장의 폐쇄성과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국내 식품 산업은 그동안 '그들만의 리그'라는 얘기가 있을 만큼 어둡고 폐쇄적이었다"며 "과거 축산물 유통 사업자들이 그들만의 정보로 사업을 하면서 식당 운영자들이 많은 피해를 봤다"고 비판했다.
김관수 서울대 교수도 "푸드테크 산업으로 기존 외식 시장에서 경쟁은 더 심해질 수 있지만, 소상공인들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해 전반적인 폐업률을 낮출 수도 있다"며 수긍했다. 이를 위해서는 소상공인 대상 정보기술(IT) 교육,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푸드테크는 서비스뿐 아니라 식재료 생산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달걀을 쓰지 않은 마요네즈 같은 인공 식재료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식 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 푸드테크 산업의 투자가 더디고 부정적 이슈가 많은 것은 외식 산업의 가치를 낮춰보는 인식 탓도 있다는 설명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사람들은 배달앱(응용프로그램) 같은 푸드테크 서비스를 일상에서 쓰면서 이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 성장을 위해 수수료 같은 무형 서비스에 대한 대가에도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세미나를 개최한 사단법인 한국푸드테크협회는 플랫폼 및 콘텐츠, 배달, 식자재 유통 등 푸드테크 관련 70여개 기업들로 구성돼 이날 공식 출범 했다. 협회는 푸드테크 기업과 정부 부처의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시장 규제 완화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푸드테크 투자펀드 조성도 추진할 예정이다.
초대 협회장을 맡은 안병익 식신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그간 국내에서는 푸드테크 관련 기업이 많이 생겨났지만 정작 산업로써 인식은 부족했고 시장 진흥 및 생태계 조성에 대한 관심도 미흡했다"며 "푸드테크 기업 육성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관련 산업 진흥법 제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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