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대 효과 못내는 일본 최저임금 인상

입력 2017-07-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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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 김동욱 기자 ] ‘전국 일률 최저임금 1500엔(약 1만5077원)!’ ‘악덕기업은 냉큼 꺼져.’

한국이 내년에 적용할 시간당 최저임금을 7530원(약 750엔)으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일본 노동계의 목소리가 더욱 격해졌다. 현재 일본 47개 도·현 중 구마모토, 미야자키 등 12개 현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714~720엔 선(약 7200원대)이다.

“2020년엔 한국의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된다는데 한국으로 아르바이트나 하러 가자”는 일본 네티즌의 비아냥도 흔히 접하게 된다. 일본 정부 역시 2023년 전국 평균 최저임금을 1000엔(약 1만40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지만 한국 정부가 이보다 이른 2020년 1만원을 목표로 잡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일본 노동계가 더딘 인상 속도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과속’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엔 최저임금이 사상 최대폭인 25엔(약 250원·3%) 올라 일본 재계가 큰 충격을 받았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이 예상된다. 일본 근로자 10명 중 한 명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을 정도로 기업들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경기 부진 속 물가 하락) 탈출’ ‘소득격차 축소’라는 명분을 내세워 몇 년 전부터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펴고 있다. 노동계는 이 같은 파도에 올라타 빠른 인상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을 올려서 빈부격차가 줄고, 소비가 늘어나고,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했을까. 현재로선 ‘아니올시다’다.

20일 일본은행(BOJ)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도달하는 시기를 당초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늦춘다고 발표했다. 2013년 이후 여섯 번째 목표 시기 연기다. 일본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9년 33.7%에서 2016년 37.5%로 오히려 높아졌다.

지난해 정규직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임금은 30만4000엔(약 305만2800원)에 달했다. 인건비가 높아지자 기업의 로봇 도입과 자동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일본의 현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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