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와 폭군…두 얼굴의 나폴레옹, 사랑에 허우적대는 파워맨 시라노

입력 2017-07-20 18:56   수정 2017-07-21 13:46

뮤지컬 '나폴레옹' '시라노' 나란히 무대에 올라 눈길


[ 양병훈 기자 ] 영웅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의 뮤지컬 두 편이 동시에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지난 13일 막을 올린 나폴레옹(10월22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7일 개막한 시라노(10월8일까지)가 그 주인공이다.

나폴레옹은 ‘선과 악은 명확히 나뉘는 게 아니다’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긍정적·부정적 면을 모두 그렸다. 시라노는 고전적인 의미의 영웅에 가깝게 주인공을 자기희생적이고 모범적인 인물로 묘사했다.

나폴레옹은 주인공이 하급 장교에서 성장해 프랑스의 황제로 등극했다가 다시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은 1994년 캐나다에서 초연했으며 국내에 라이선스 논레플리카(음악과 대본 정도만 수입하고 연출은 국내에서 다시 하는 것) 형식으로 수입됐다. 국내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에서 나폴레옹은 때로는 정의를 지키는 투사로, 때로는 폭군으로 묘사된다. 나폴레옹은 자신이 구체제 장교로 일할 때 혁명에 나선 프랑스 시민을 학살한 것을 두고 “대의를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한 법”이라며 정당화한다. 시민들은 나폴레옹이 이런 짓을 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가 제시하는 청사진을 믿고 그를 새 지도자로 선택한다. ‘영웅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사생활에서도 낭만주의자와 바람둥이 사이를 오간다.

시라노는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1868~1918)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이 희곡은 연극 오페라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됐다. 뮤지컬로는 2009년 일본에서 초연됐다. 라이선스 논레플리카 형식으로 수입된 점, 국내 초연인 점은 나폴레옹과 같다.

시라노는 문학적 재능이 매우 뛰어난 인물로 나온다. 100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물리칠 수 있을 정도로 힘도 세다. 그러나 못생긴 외모 때문에 짝사랑하는 록산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속앓이를 한다. 시라노는 록산에게 상처받으면서도 죽는 순간까지 그에게 헌신한다. 전쟁도, 죽음도 그의 신념을 꺾을 순 없다. 시라노가 부르는 노래의 “내가 가져갈 단 한 가지, 모든 걸 견디며 지켜낸 그것은 티 한 점 없는, 얼룩 한 점 없는, 나의 당당한 영혼”이라는 가사는 이런 그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초연임에도 무대 연출과 극 흐름 등에서 ‘새롭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반응이 많다. 줄거리는 무난하게 전개되고 고음이 높이 올라가는 노래가 주기적으로 나오는 전형적인 흐름이다. 고음 노래가 많이 나오지만 관객을 압도하는 순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인공에 대한 극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나폴레옹과 시라노는 극 내내 거의 퇴장하지 않는다. 두 작품 모두 6만~14만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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