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캐비닛 문건' 순차 공개…야당 "정치적 고려 의구심"

입력 2017-07-2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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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공개 '정치 쟁점화'

"보수단체 지원·카톡 검색어 개선…박근혜 정부, 민간영역 개입 정황"
한국당 "폭주기관차처럼 문서 공개…청와대 치외법권이라도 가졌나"



[ 유승호/조미현 기자 ]
청와대의 순차적인 ‘캐비닛 문건’ 공개가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전모를 드러내는 증거라며 청와대 사무실 캐비닛에서 발견한 문건을 연일 공개하고 나서자 야당 측이 “국민적 의구심이 크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는 20일 전 정부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조정수석 산하 기획비서관실로 사용한 현재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에서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한 504개 문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문건에는 △보수이념 확산을 위한 보수단체 재정 지원 방안 △보수 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좌편향적 카카오톡 샵(#) 검색 대응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 대변인은 “특정 이념 확산 방안을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대책 검토’ 등의 문건도 발견됐다.

이들 문건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것인지, 정부가 개입한다면 의결권 방향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와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적 경영권 간섭에 대해선 국민연금 등을 적극 활용하되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위원 구성을 신중히 하고 관계 부처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등의 표현이 있다고 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청와대는 발견된 문건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다양한 영역에 개입해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조성하려 한 정황을 담은 것으로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위법 소지가 있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민정수석실에서 문건 300여 종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17일 정무수석실에서 1361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날 세 번째로 문건 내용을 공개했다. 앞으로 한두 차례 더 발표할 예정이다.

청와대가 문건을 순차적으로 내놓는 배경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공소 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도 “검찰에서 공소 유지를 위해 참고할 것은 참고하고 필요하면 수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가 치외법권이라도 가졌느냐”며 “전문가들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는데도 폭주기관차처럼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 문건이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객관적 증거로 활용되길 기대한다”면서도 “어떤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이라면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문건이 순차적으로 나오는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는 국민의 의구심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지난 19일 청와대가 문건 공개를 통해 여론전으로 사실상 박 전 대통령 재판에 개입하고 있다며 박 대변인 등을 공무상 비밀 누설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공개한 문건에 대해 “대통령 지정기록물이나 비밀문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 아니다”고 밝혔다.

유승호/조미현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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