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SKT 잇따라 진출…'콘텐츠 빅뱅'오나

입력 2017-07-21 18:14  

김희경 기자의 컬처 insight


[ 김희경 기자 ]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국내 대표 플랫폼 업체와 통신사다. 최근 이 기업들에 유독 자주 따라붙는 단어가 하나 있다. ‘콘텐츠’다. 불과 1년 반 동안 이 업체들이 보여준 광폭 행보는 새로운 콘텐츠 기업의 탄생을 암시하고 있다.

총성은 플랫폼과 음악 콘텐츠의 결합으로 먼저 울려퍼졌다. 작년 3월 카카오가 음원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기업들은 잇따라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7일엔 SK텔레콤이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 C&C에 6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과 인공지능(AI) 기술에 YG, SM이 만든 콘텐츠를 담는 것이다.

뉴 콘텐츠 기업들이 콘텐츠 빅뱅 시대를 열고 있다. 이 업체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플랫폼, 기술, 인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서로의 영역을 자발적으로 무너뜨리며 과감한 합종연횡도 펼친다. 이들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AI 콘텐츠 등 신기술이 접목된 시장을 선점할 준비도 하고 있다. 해외, 그리고 미래란 거대한 목표를 가진 뉴 콘텐츠 기업들의 등장에 국내 콘텐츠산업은 또다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콘텐츠 시장의 플레이어는 한정돼 있었다. 시장을 이끄는 주요 플레이어는 지상파 방송사, CJ E&M 정도였다. 이들의 활약 덕분에 산업 규모가 100조원대로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의 급속한 발달로 사람과 사물, 데이터 등 모든 것을 연결하는 ‘초연결사회’가 되면서 이 콘텐츠만으로는 한계가 보였다.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과 개입엔 이런 사회적 요구가 맞물려 있다.

해외 기업들은 이 같은 요구에 발빠르게 반응해왔다. 한국에 진출한 지 1년 만에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업체로부터 영화 등을 공급받아 스트리밍을 해주는 플랫폼 업체였다. 하지만 2013년 첫 오리지널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를 선보이면서 플랫폼을 제공하는 동시에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초연결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콘텐츠임을 간파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많은 반대에도 1억달러(약 1122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들여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들었고 성공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 190개국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최근 등장한 뉴 콘텐츠 기업들의 꿈도 자신들만의 하우스 오브 카드를 확보하는 것이다.

나아가 뉴 콘텐츠 기업들의 더 큰 잠재력은 경계의 붕괴에서 엿볼 수 있다. 경계의 붕괴는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 색다른 결합을 이끌어내는 법이다. 네이버와 SK텔레콤이 AI 기기 등에 각각 YG, SM이 만든 콘텐츠를 장착해 대중의 생활 속으로 다가가려는 시도가 그렇다. 낯선 기술에 친근한 콘텐츠를 결합하면 사람들은 더 쉽고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가능성이 지금은 작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2006년 구글이 신생 기업이었던 유튜브를 인수했던 것을 떠올려보자. 구글이 유튜브의 잠재력을 발견한 건 단지 중국인 청년들이 찍은 코믹 립싱크 영상 하나에 불과했다. 구글 직원이었던 수잔 보이치키 현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전문 스튜디오 없이도 영상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플랫폼과 이 콘텐츠를 결합했고, 콘텐츠산업의 패러다임은 그렇게 순식간에 바뀌었다. 어쩌면 이제 한국의 뉴 콘텐츠 기업으로부터 그 전환이 시작될지 모를 일이다.

김희경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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