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대기업에 가야죠. 그래도 세후 월 200만 원 이상은 받아야 생활이 되지 않을까요."
역대급 취업난에도 취업준비생들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0.5%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1999년 6월(11.3%) 이후 18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대기업에 가려는 취준생들은 "눈이 높다거나 덜 절박해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했다. 연봉, 안정성, 향후 이직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당장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합리적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취준생 황우석 씨(가명·27)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직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공채에 도전했지만 관문을 넘지 못한 '취업 삼수생'이다. 황 씨가 목표로 하는 기업은 주요 30대 그룹. 취업이 늦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 기업 위주로 지원서를 내고 있다.
황 씨가 대기업 입사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이다. 월세, 생활비에 학자금 대출을 갚고 결혼을 염두에 둔 저축까지 하려면 세후 200만 원, 즉 연봉 3000만 원은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극심한 취업난에도 그가 대기업을 고집하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대졸 신입직 초임은 평균 3855만 원이었다. 중소기업은 평균 2523만 원으로 연간 1000만 원을 훨씬 웃도는 격차를 보였다.
적어도 '대기업 계열사'라도 가겠다는 이들이 많다. 올 초 취업포탈 인크루트가 회원 10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1.1%는 '대기업 계열사에 지원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안정된 고용 환경을 누리기 위해서'(25%)를 첫 손에 꼽았다.
대기업 계열사를 다니면서 얻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38.8%가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꼽았다. 생활과 저축 등을 감안한 '마지노선'에 맞추려면 대기업 지원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봉 못지않게 향후 이직 가능성도 중요하게 본다. 황 씨는 "이직을 해도 대기압에서 중소기업으로 가는 게 쉽지, 그 반대는 어렵다"면서 "좋은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야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장 취업 준비 과정이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간다. 취준생 유지수 씨(가명·26)는 하반기 대졸 공채를 목표로 취업 스터디를 하고 있다. 각각 다른 학과를 전공한 6명이 함께 취업 스터디를 꾸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모두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대부분 30~50대 그룹 위주로 준비하다 보니 정보 공유가 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높은 연봉과 안정성, 경력 등을 이유로 대기업에 '올인(all in)' 하는 것이다. 오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과 달리 민간기업은 고용안정성이 떨어진다. 중소기업이 연봉이 적은 대신 대기업보다 안정성이 높다든지 등의 차별화된 강점이 없어 대기업 취업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남지 않는다.
전문가는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정동열 한국고용정보원 청년고용지원팀 연구원은 "괜찮은 기업도 있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 보니 지원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취준생 인식 개선과 함께 양질의 강소기업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고용노동부 '워크넷' 사이트에서 강소기업 정보를 공개하고 있어 취준생들이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대기업 차원에서도 채용 공고를 구체화해 허수 지원자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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