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스타트업 토모큐브의 홍기현 대표는 지난 21일 대전 신성동 본사에서 “3D 현미경이 앞으로 신약개발, 진단 등 폭넓은 분야에 사용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세포를 3D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형광염색 등의 처리과정을 거쳐야했다. 이 때문에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하기가 어려웠다. 세포에 약을 주입해도 그 결과가 약 때문인지 형광염색 시료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토모큐브는 지난해 형광염색 없이도 살아있는 세포를 실시간 3D 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인 ‘HT-1’을 개발했다. 세포의 분화과정, 질량 등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사는 앞으로 HT 현미경을 통해 관찰한 세포의 빅데이터를 모으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시켜 질병을 예측하는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세포 관찰 기술 한계 극복
2015년 설립된 토모큐브는 직원 12명의 스타트업이다. 설립 1년 만에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 한미사이언스 등으로부터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의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은 이전에 없던 기술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형광염색 없이 세포를 3D로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을 개발한 회사는 토모큐브와 스위스 벤처기업인 나노라이브 두 곳 뿐이다. 토모큐브 현미경의 해상도가 나노라이브보다 6배나 높다.
토모큐브의 3D 홀로그래피 현미경 원리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비슷하다. CT 기기는 사람 몸을 가운데 두고 돌아가면서 여러장의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결합해 3D로 만든다. 토모큐브의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은 엑스레이 대신 레이저를 사용한다. 세포 안의 각 부분은 레이저를 흡수하는 비율이 다르다. 이 차이를 이용해서 형광염색 없이도 세포 내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형광염색을 해서 세포를 관찰할 때는 3D 영상을 5장만 찍어도 세포가 죽었지만, 토모큐브의 현미경은 세포가 자연적으로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관찰할 수 있다. 세포가 죽거나 증식할 때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박용근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기존과 달리 세포의 질량과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며 “보다 정확한 진단과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포의 질량과 농도는 세포가 언제 분화하고 사망하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항암제 등을 시험해 세포가 죽는지를 보려면 세포의 질량을 재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그러나 기존에는 형광염색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토모큐브는 현미경이 신약개발, 진단, 줄기세포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AI 적용…질병예측 기술 개발
토모큐브는 지난해 하반기 첫 번째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후 국내외 병원·연구소 등에 22대를 설치했다. 전 세계 12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50대 이상을 설치할 계획이다. 전 세계 현미경 시장은 400만 달러(약 44억원)다. 세포를 염색하지 않고 그대로 관찰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은 만큼 성장성이 있다고 토모큐브는 판단했다.
홍 대표는 “지난 1년간 해외 전시회를 20곳 이상 다니면서 해외 판매망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며 “올해 3분기에는 해외 판매망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연구자들이 기존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에 기존 형광염색 현미경을 합친 2세대 제품도 이달 출시했다. 올해 13억~14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모큐브는 현미경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전략이다.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활용한 새로운 진단 방법을 개발하고, AI 기술을 적용해 질병을 예측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자나 의사가 토모큐브의 현미경으로 환자의 세포를 촬영해 회사 서버에 보내면 AI가 환자의 질병을 예측하는 것이다. 토모큐브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MIT·하버드메디컬스쿨, 교토대, 서울대병원 등 국내외 병원들과 3D 세포 데이터를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3D 홀로그래피 데이터를 분석하면 새로운 질병을 진단할 수 있고, 질환이 발병하는 패턴 등을 알 수 있다”며 “3년 전부터 관련 연구를 했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전=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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