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열풍 문화산업 창출로 이어가야"

입력 2017-07-23 18:25  

한국어능력시험 20주년 맞은 송기동 국립국제교육원장

지난해 73개국 25만명 응시…20년새 92배 성장하며 한류 선도
"미수교국 쿠바가 도입 요청하기도"



[ 박동휘 기자 ] 2013년 여름 국립국제교육원에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으로부터 한 통의 공문이 왔다. “쿠바가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이하 토픽)을 도입하겠다고 하니 협조 바람.” 이듬해 쿠바는 토픽을 도입한 63번째 나라가 됐다.

송기동 국립국제교육원 원장(54·사진)은 “토픽의 성장은 세계 속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올해는 토픽이 도입된 지 20년째 되는 해다. 1997년 4개국, 14개 지역에서 2692명의 응시생으로 출발한 토픽은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73개국, 252개 지역에서 약 25만 명이 도전하는 글로벌 어학시험으로 도약했다.

송 원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원자가 서서히 늘더니 2008년 무렵엔 한류가 본격화되면서 응시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20년 만에 92배가량 성장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언어에 대한 관심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때 더욱 높아진다”며 “우리나라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일하려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필수인 토픽은 문화 교류의 매개체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송 원장은 “쿠바 같은 미수교 국가가 토픽을 자발적으로 도입한 건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며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토픽이 공을 세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송 원장은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일본과 중국만 해도 각각 일본어능력시험(JLPT), 중국어능력시험(HSK)이 근거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며 “이에 비해 토픽을 시행하는 근거는 교육부 규정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어 열풍을 한류와 결합해 새로운 문화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하루속히 관련 법령이 제정되고 시험 지원 시스템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정책 결정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원장의 토픽에 대한 열정은 그의 남다른 이력과 연관이 깊다. 그는 원래 과학기술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8년 당시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지면서 교육계에 입문했다. 2013년 두 부처가 다시 쪼개질 때도 과기(미래창조과학부) 쪽으로 가지 않고, 교육부에 남았다. 국장급으로는 그가 유일했다.

송 원장은 “국제협력국장 등으로 일하면서 교육을 통한 문화 교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 산하기관인 국립국제교육원은 토픽 시행·관리 외에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부 초청 장학사업,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박람회 등을 주관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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