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배기가스 장치 담합"…독일차 '디젤 쇼크'에 무너지나

입력 2017-07-23 18:57   수정 2017-07-24 05:12

EU, 다임러 등 5곳 조사 착수

"제조 기술부터 생산 비용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논의"
반독점법 위반땐 거액 과징금

2년 전 '폭스바겐 사태'에 이어 벤츠·아우디 등 잇단 리콜
신뢰 추락에 "독일차 미래 암울"



[ 김동윤 기자 ] 폭스바겐 BMW 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디젤차의 배기가스 정화장치와 관련해 20여 년간 광범위한 담합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갔다.

최근 다임러와 아우디의 디젤차 리콜로 독일차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담합이 사실로 확인되면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사건으로 시작된 ‘디젤 게이트’가 독일차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 실토로 밝혀져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1990년대부터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BMW 다임러 등 5개 업체가 자동차 제조 기술, 생산 비용, 배기가스 정화장치 등과 관련해 은밀하게 담합해왔다”고 지난 21일 폭로했다. 이 같은 사실은 폭스바겐이 최근 독일 경쟁당국에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실토한 것이다. 슈피겔은 이번 담합 건이 사실로 밝혀지면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담합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1990년대부터 수시로 만나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슈에 입을 맞춰왔다.

문제는 디젤차의 배기가스 정화장치에 대해서도 담합했다는 점이다. 디젤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알려진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해 SCR시스템을 장착하고, 여기엔 ‘애드블루’라고 불리는 요소수가 들어간다. 이 요소수를 담아두는 탱크의 규격과 요소수의 배합 비율 등에 대해 폭스바겐 BMW 다임러 등이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슈피겔은 “애드블루 탱크의 규격이 커질수록 제조원가가 비싸지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작은 탱크를 쓰기로 합의했다”며 “이들이 합의한 규격은 질소산화물을 정화하는 데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미래 암울한 독일 자동차 업체들

슈피겔의 폭로가 나온 지 하루 만인 22일 EU 집행위는 “EU 집행위와 독일 경쟁당국이 이 문제(자동차 업체의 담합 의혹)의 정보를 입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담합 사실의 발설자로 지목된 폭스바겐 측은 슈피겔의 보도 내용에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 5개 자동차 업체가 EU의 담합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앞서 벤츠 등 자동차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다임러와 폭스바겐 산하 아우디는 지난 18일과 21일 각각 300만 대와 85만 대의 디젤차량을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유럽 일부 국가가 오래된 디젤차량의 운행 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임러의 경우 배기가스 조작 의혹으로 독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데다 아우디 모회사인 폭스바겐은 이미 2015년 배기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업체들이 담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독일 언론들은 독일 자동차산업에 대한 비판과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 언론 한델스블라트는 “배기가스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량 개발에 집중했지만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차라는 ‘편한 길’을 선택했다”며 “배기가스 조작 의혹으로 다임러 BMW 폭스바겐 등은 그동안 자신들이 무시했던 경쟁자에 따라잡히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독일 언론 비르트샤프츠보헤는 “그동안 독일 자동차 업체는 디젤차에 의존하느라 전기차 개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앞으로 전기차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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