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받은 '분자기계'로 전기차 배터리 성능 높인다

입력 2017-07-23 19:52  

최장욱 KAIST 교수 연구진
분자 이용해 도르래 만들어, 2차전지 수명 획기적 개선



[ 박근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가장 작은 기계장치인 ‘분자 기계’를 이용해 전기차용 2차전지 수명을 개선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KAIST 에너지·환경·물·지속가능성(EEWS) 대학원 최장욱 교수와 터키 출신 코스쿤 알리 교수 연구진은 분자 기계 일종인 분자 도르래를 이용해 충전횟수를 획기적으로 늘린 2차전지용 실리콘 전극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20일자)에 소개했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은 분자 기계를 만든 피에르 소바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교수 등 세 명의 화학자에게 돌아갔다. 분자 기계란 말 그대로 물질을 이루는 분자로 만든 초소형 기계 장치다. 크기가 수~수십 나노미터(㎚·1㎚=10억분의 1m)로 작아 초소형 로봇을 제작하거나 사람 몸에 들어가 암세포를 파괴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아직 정확한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2차전지 전극으로 사용하는 흑연을 대체할 실리콘이 충전과 방전을 거듭할수록 부서지거나 전극 전체가 못 쓰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물체를 적은 힘으로 들어 올리는 데 사용하는 움직도르래와 원리가 같은 ‘폴리로텍세인’이라는 분자 도르래를 만들었다. 이 장치는 실리콘 입자를 안정적으로 잡아줘 충전을 반복해도 전극이 부서지는 것을 막고 전류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전까지 실리콘 전극은 충전과 방전을 수십회 이상 하기 어려웠지만 새 기술은 500회 이상 반복해도 전극이 망가지지 않았다. 최 교수는 “노벨화학상을 받은 기초연구가 얼마든지 산업에서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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