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커피'하면 맥심 믹스커피를 떠올렸죠. 아메리카노는 대학생들이나 먹던 신문물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0대 청소년도, 70대 할머니도 아메리카노를 찾습니다. 특히나 요즘 같이 더운 여름에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필수죠. 어느 커피 브랜드를 막론하고 아메리카노는 부동의 매출 1위입니다.
그런데 요즘 카페에 가면 분명 아메리카노 같은데 이름이 생소한 메뉴들이 많습니다. 투썸플레이스는 아메리카노와 함께 롱블랙이라는 메뉴를 팔고 있죠. 폴바셋은 아예 아메리카노가 없고 룽고라는 메뉴만 있습니다.
아메리카노와 롱블랙, 룽고. 각각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왜&때문에]에서 알아봅니다.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의 차이부터 살펴보죠. 둘 다 에스프레소 샷을 쓴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단지 순서의 차이가 있습니다.
아메리카노는 컵에 에스프레소를 넣은 뒤 물을 부어 완성시킵니다. 롱블랙은 반대로 물을 먼저 넣고 에스프레소 샷을 부어 완성합니다. 주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많이 마시는 커피입니다.
물부터 넣나 샷부터 넣나 거기서 거기 아니냐구요. 칵테일을 만들 때 재료를 넣는 순서가 중요한 것처럼 커피 역시 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샷을 나중에 넣는 롱블랙 쪽이 에스프레소의 크레마가 더 잘 살아나죠. 롱블랙은 물의 양도 아메리카노보다 적어 더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아메리카노의 기본 사이즈 용량이 354ml인 반면 롱블랙은 280ml입니다. 여기에 보다 진한 맛을 내기 위해 일반적인 에스프레소보다 짧게 추출하는 '리스트레토' 샷을 사용합니다. 롱블랙을 시킨 후 너무 진하다거나 양이 적다고 항의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사실 여름에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경우 얼음을 넣기 때문에 물을 먼저 붓든 샷을 먼저 넣든 큰 차이가 없게 됩니다. 얼음이 크레마를 없애버리거든요.
레시피도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레시피를 엄격하게 지키는 편인 스타벅스에서도 아메리카노만큼은 순서가 그때 그때 다릅니다. 텀블러에 담아 달라고 부탁하면 아예 다른 보틀에서 물과 샷을 섞은 후 텀블러에 부어 주기도 합니다.
어떤 바리스타들은 크레마를 살리는 건 바리스타의 손이지 순서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샷을 붓는 각도와 온수의 온도가 더 중요하다고도 합니다. 이쯤 되면 롱블랙과 아메리카노를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럼 폴바셋의 '룽고'는 또 어떻게 다른 걸까요.
원래 룽고는 샷의 종류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리스트레토가 에스프레소보다 짧게 내린 샷이라면 룽고는 더 길게 내리는 샷입니다.
같은 양의 원두로 에스프레소가 30ml정도를 추출한다면 리스트레토는 15~20ml, 룽고는 35~40ml를 추출합니다.
하지만 폴바셋은 메뉴 이름과는 달리 룽고 샷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폴바셋의 룽고는 물에 리스트레토 투 샷을 넣는 레시피로, 롱블랙과 동일합니다.
폴바셋을 운영하는 매일유업도 "폴바셋의 룽고는 리스트레토 샷을 이용한 롱블랙에 다른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의 현실에서 아메리카노와 룽고, 롱블랙은 이름만 다른 그냥 '아메리카노'라고 생각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어 보입니다.
그럼 커피를 대체 어떻게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걸까요. 이런 우문을 받은 한 바리스타가 현답을 줬습니다. 그 바리스타의 '맛있는 커피론'으로 마칩니다.
"본인의 입맛을 믿으세요. 내 취향에 맞는 커피가 가장 맛있는 커피입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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