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모바일] '엔터왕국' SM과 손잡은 '통신 1위' SKT

입력 2017-07-24 17:05   수정 2017-07-25 13:45

상호 지분인수 '엔터+IT 동맹'

K팝스타 활용한 ICT 멀티 콘텐츠 제작



[ 이정호 기자 ]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대형 연예기획사 간 짝짓기를 통한 ‘콘텐츠 동맹’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인 네이버와 YG엔터테인먼트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가 손을 잡았다. 통신사와 연예기획사라는 이종산업 간 이례적인 협업 모델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ICT와 한류 콘텐츠를 결합한 신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상호 지분 투자로 ‘혈맹’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7일 상호 계열사 지분 인수를 통한 콘텐츠 사업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양사가 보유한 기존 사업 영역의 인프라와 경쟁력을 융합해 ICT 디바이스, 콘텐츠, 광고 분야를 아우르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공동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음향기기 전문 계열사 아이리버와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제작사 SM 컬처앤콘텐츠(이하 SM C&C)에 각각 250억원과 650억원을 유상증자하고, SM엔터테인먼트는 계열사와 함께 아이리버와 SM C&C에 각각 400억원과 73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증자로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는 각각 SM C&C와 아이리버의 2대 주주가 된다.

아이리버는 또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SM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SM MC·모바일 콘텐츠 제작사)를 합병하고, SM 라이프디자인(SM LDC·아이돌 스타상품 판매사)을 300억원에 인수해 100% 자회사로 두게 된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의 광고사업 부문은 물적 분할돼 SM C&C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에 앞서 네이버는 지난 3월 YG엔터테인먼트에 5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또 YG인베스트먼트 펀드에 500억원을 출자해 미디어 콘텐츠 등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ICT+한류콘텐츠’ 파생 효과 커

두 사업 협력 사례 모두 차별화된 콘텐츠에 목말라 있던 SK텔레콤, 네이버와 자사가 보유한 글로벌 콘텐츠 판매망 확대를 꾀하던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경쟁력에 주목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로 SM C&C를 통해 강호동, 신동엽, 전현무 등 인기 스타의 매니지먼트와 각종 방송 콘텐츠 제작까지 담당하고 있다. SM C&C는 지난해 매출 954억원을 기록했다.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SM엔터테인먼트에 속한 K팝 스타들은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가진 ICT와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가 결합하면 2~3배가 아니라 10배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2차, 3차 파생 사업으로 콘텐츠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빅뱅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의 파워와 콘텐츠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 네이버 측은 “한류 콘텐츠 선두주자인 YG와의 이번 전략적 투자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함께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며 “음악뿐 아니라 라이브 방송, 웹 콘텐츠, 쇼핑에 이르기까지 협업 가능한 분야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류의 높은 글로벌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체 연예기획산업 규모는 연간 1조원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의 글로벌 수익에도 못 미친다. ICT 기업과 연예기획사의 콘텐츠 사업 협력이 무르익으면 글로벌 한류팬을 대상으로 한 관광, 쇼핑, 문화체험 등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샤이니 AI 스피커’ ‘엑소 헤드셋’ 기대

ICT 기업과 연예기획사라는 이종산업 간 융합을 통해 추진할 신사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ICT와 한류스타의 결합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을 통해 전혀 새로운 사업모델 등장이 기대된다.

예를 들어 아이리버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아스텔앤컨’은 SM이라는 우군을 얻어 세계 1000만 명 이상의 SM팬 층을 대상으로 신사업을 펼칠 수 있다. 아스텔앤컨 이어폰 및 헤드셋에 SM의 인기 그룹인 엑소 로고를 새긴 특화 상품을 출시하거나, 샤이니의 목소리가 담긴 AI 스피커를 출시할 수 있다. 또 AI 기능을 아스텔앤컨 헤드셋에 탑재해 음성으로 콘텐츠 재생, 추천음악 재생, 통화·문자 제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가상 콘서트, 스타 팬미팅 콘텐츠도 예상할 수 있다.

SK플래닛의 광고사업 부문을 인수한 SM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최대 종합 광고대행사 ‘덴쓰’를 벤치마킹한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광고주에게 선투자받아 다시 콘텐츠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포털이라는 종합 플랫폼을 보유한 네이버 역시 콘텐츠 유통·판매는 물론 YG 소속 연예인들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직접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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