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중국사업 망치는 해묵은 선입견

입력 2017-07-24 17:31  

중국인도 알기 어려운 중국의 속사정
개인적 경험치에 의존한 선입견을 깨야

박래정 < 베이징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와 태극기 맞불집회 참가자들은 아마도 ‘생각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서로 놀랐을 것이다. 똑같이 한반도의 남쪽이란 공간에서 수십 년 같은 세월을 호흡해온 동년배일지라도 놀랄 만큼 진단과 지향점이 달랐던 것이다. 세대와 출생 연고가 다르며 사회 인지의 접촉면이 달라지면 세상을 보는 눈도 이렇게 판이할 수 있다.

서울에서 20여 년을 산 중국인 왕 선생에게 작금의 한국 사회를 물어보았다 치자. 유려한 한국어 구사능력과 날카로운 관찰력을 지닌 왕 선생일지라도 한국 사회를 평균적으로나마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행여 양쪽 집회 참가자 수에 맞춰 ‘가중평균’을 구했다면 한국 사회 흐름과 동떨어진 이상한 관점과 전망이 탄생했을 성싶다. 수천 만 인구가 북적거리는 나라의 사회현상을 인지하고 객관화시킬 때 외국 전문가가 본토 전문가를 넘어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선 중국에 이런저런 이유로 오래 살았거나 중국 사업경험이 많은 사람을 ‘중국통’이라 불러왔다. ‘통(通)’이란 장애가 없이 통달한 상태를 뜻하는 중국 말인데, 중국 사정에 친숙한 외국인을 존중해주는 사교적 표현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도대체 중국이 어떤 곳인가. 한국보다 27배나 많은 인구가 더욱 빠르게 늙어가는 사회이자, 한국보다 8배 큰 경제가 두 배 이상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는 시장이다. 종횡으로 대략 6000㎞에 이르는 대륙 내 거의 모든 사회 경제지표에서 평균의 의미가 없다시피 한 곳이 바로 중국이니, 일상적인 중국인 역시 사회면 뉴스를 보고 놀라곤 한다. 더욱이 중국은 ‘자국 고유’ 운영체제를 깔았으니 서방형 사회질서에 친숙한 한국인에겐 장벽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이런 중국의 속사정을 한국인 중국통이라면 세세하게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중국과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친숙하다고 생각한다. 한 세대를 넘어가는 진출 역사를 지닌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장경험이 쌓이면서 한국 기업인의 친숙함은 외려 선입견으로 둔갑할 때가 많아졌다. 중국 사업환경과 경쟁의 규칙을 이해하는 스스로의 판단 준거들이 어느 시점,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경험을 거쳐 형성된 것인지 되돌아보지 않으니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에 쉽게 빠지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 영역에서 중국이 빗장을 걸고 있다’는 생각은 중국에 이미 진출한 외국 기업인 사이에선 상식처럼 떠도는 얘기다. 그런데 같은 분야에 새로 진출하는 글로벌 기술 기업 역시 늘어나고 있다. 미래를 보는 눈이 다른 것이다. 중국은 최근 수년 새 혁신적인 인터넷 사업모델이 꼬리를 물고 출현해 인터넷 만능시장처럼 보이지만, 공산당의 사이버 공간 정화작업 역시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 우호적인 혹은 위협적인 인터넷 사업환경이 공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기만의 협소한 시장영역에서 개인적인 경험치에 의존해 중국 전체를 바라본다면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로라하는 거대 토종기업도 한순간 오판으로 몇 년 내 무너지는 곳이 중국시장이다. 그중엔 한국 언론에 소개된 유명 중국 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어 쑥스럽다. 중국의 광속 변화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한국 기업인이 지닌 선입견과 색안경부터 깨야 한다. ‘10년 묵은’ 중국관(觀), 현지 관점이 아니라 한국 언론의 프리즘을 거친 중국 시장 관점은 더욱 위험하다.

박래정 < 베이징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ecopark@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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