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이대리] 팀장님 다이어트 스트레스에 우리도 살 떨려요ㅠㅠ

입력 2017-07-24 19:38   수정 2017-07-25 06:53

노출의 계절 여름 이런 다이어트까지 해 봤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직장내 다이어트계, 지방 분해 카복시 주사까지…



[ 이지훈 기자 ]
노출의 계절 여름이다. ‘몰디브에서 모히토 한 잔’을 꿈꾸는 직장인에겐 뱃살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가을 신부를 꿈꾸는 김과장은 지방을 분해해주는 ‘카복시 주사’까지 찾는다. 플라잉 요가나 무리한 식이요법에 도전했다가 부작용을 앓는 이대리도 적지 않다. 다이어트계까지 등장한 회사도 있다. 살을 빼려는 직장인들은 회식을 두부 요리 가게에서 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엔 빠지는 게 상책이다. 식단 조절에 들어간 직장 상사의 잔소리도 감수해야 한다. 뜨거운 여름, ‘살과의 전쟁’을 시작한 김과장 이대리의 얘기를 들어봤다.

반복되는 실패와 후유증

보통 다이어트를 계획하면 현실에 맞는 ‘실속형 다이어트’에 도전한다. 석유화학 회사에서 일하는 김 대리는 최근 두 달 만에 3㎏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운동 대신 하루 15분간 ‘플랭크’(엎드린 채 팔꿈치와 발끝으로 몸을 지탱하는 운동)만으로 거둔 효과다. 김 대리는 “바쁜 일상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겐 꾸준히 할 수 있는 생활 운동이 최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직장인은 다이어트 실패와 후유증으로 쓴맛을 보기 일쑤다. 주류 회사에 다니는 이 대리는 한껏 부풀어 오른 복부 때문에 지난 5월 지방 섭취를 늘리고 탄수화물을 줄이는 ‘LCHF(low carbon high fat)’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밥, 빵 등 탄수화물을 끊고 삼겹살과 수육, 생선구이만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런데 체중계에 오르니 되레 2㎏이 불어나 있었다. ‘한 잔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다이어트 2주차부터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어느 순간 쌀밥도 숟가락에 얹혀 있었다. 이 대리는 “이번 다이어트 시도로 쌀밥이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깨달았다”며 “살은 아무나 빼는 게 아닌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체질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운동으로 후유증을 경험한 직장인도 있다. 한 제약사에 근무하는 김 차장은 몸매 관리를 위해 플라잉 요가 수업에 참여했다가 낭패를 봤다. 첫날부터 해먹에 거꾸로 매달려 물구나무 자세를 취한 게 문제였다. 50분 수업을 듣고 난 뒤 이마 부분 실핏줄이 터져버렸다. 김 차장은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살이 안 찌는 체질 때문에 혼자만의 ‘먹방’에 나선 특이한 경우도 있다. 백화점에 근무하는 이 과장은 학창시절부터 ‘멸치’ ‘난민’ 등의 별명을 달고 살았다. 앙상한 팔을 드러내야 하는 여름은 그에게 고통스러운 계절일 뿐이다. 그는 올해 휴가철을 앞두고 야식으로 치킨 먹기, 도넛 한 상자 먹기 등 폭식을 감행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난민이란 별명을 지우고 싶다”며 “이번 휴가 전까지 반드시 5㎏을 찌울 것”이라고 말했다.

회식은 두부요리로

운동을 장려하는 사내 분위기 덕에 특별한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직장인도 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은 모든 계단 입구에 단말기를 설치하고 직원들에게 계단 오르기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했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마다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찍으면 운동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병원에 근무하는 박씨는 “매일 오른 계단 수와 소모된 칼로리 등을 계산하다 보니 식사량을 조절하는 습관이 생겼다”며 “올여름에는 특별한 다이어트 없이 회사 계단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사의 마케팅팀은 지난달부터 회식 장소를 바꿨다. 상반기 건강검진에서 팀원 두 명이 내장비만 고위험군 진단을 받아서다. 그동안 팀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온 ‘치맥(치킨과 맥주)’ 대신 두부와 해산물 요리로 회식 메뉴를 대체했다. 이 회사의 이 과장은 “부장급 이상도 바뀐 회식 장소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라며 “다이어트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낸 신(新)풍속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상사 때문에 고역을 겪는 경우도 있다. 식품 회사에 근무하는 송 대리는 90㎏의 거구인 팀장이 식단 조절에 들어가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팀장이 “밀가루 음식을 끊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자연스럽게 점심 식사는 복국, 청국장 등 이른바 ‘아재 메뉴’로 한정됐다. 송 대리는 “사람 좋은 팀장이 다이어트 때문인지 사소한 것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고 푸념했다.

카복시 주사부터 다이어트계까지

살을 빼기 위해 극한 전쟁을 시작한 경우도 많다. 가을의 신부를 꿈꾸는 김과장 이대리들에겐 특히 그렇다. 9월 결혼식을 앞둔 은행원 윤모씨는 ‘입사 전 몸무게로 돌아갈래’를 외치며 독하게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윤씨가 선택한 다이어트 방법은 식이요법과 주사요법. 저녁은 닭가슴살과 샐러드로 해결하고, 점심은 이틀에 한 끼 건강식 셰이크 한 잔으로 때운다. 여기에 카복시 주사까지 맞고 있다. 의료용 이산화탄소를 피하지방층에 주입해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시술이다. 팔에 멍이 들고 ‘악’ 소리가 나게 아프지만 늘씬한 몸으로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순간을 상상하면서 이를 꽉 물고 견딘다.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이어트계를 결성한 경우도 있다. 2주마다 1만원씩 회비를 거둔 뒤 매달 목표 체중에 가장 가깝게 도달한 사람에게 목돈을 몰아주는 식이다. 외국계 부동산 회사에서 다이어트계를 결성한 박 대리는 “주변에 체중을 감량하겠다고 공언해 더 열의가 생긴다”며 “사내 소모임 형식이다 보니 부서 점심이나 회식 때 조금만 먹겠다는 양해를 구하기도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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