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태윤 산업부 기자/김우영·채민석 JOB인턴기자) 지난 7월 한여름 판교에서 열린 두차례 행사에 이공계생들이 대거 몰렸습니다. 하나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떠오르고 있는 인공지능(AI) 전문기업인 와이즈넛의 채용설명회입니다. 사전 신청자 200명이외 100여명이 현장접수를 할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또 하나는 최근 반도체 호황과 함께 반도체 기업에 취업하려는 이공계생들을 위한 ‘반도체 직무특강·컨설팅’이었습니다. 특히 이 특강에는 전자공학과 이외 신소재융합, 무기재료 등의 전공자들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취업을 향해 뜨거운 여름을 헤짚고 구직활동에 나선 이들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AI기업 와이즈넛 채용설명회
지난 13일 오후 2시 경기도 판교에 있는 와이즈넛 1층 강당.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의 채용설명회에 300여명의 학생들이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사전신청자 200명과 현장 접수자 100여명 학생 대부분은 이공계 학생들”이라고 와이즈넛 관계자는 밝혔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잘 알려진 기업도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이공계생들이 몰린 이유는 뭘까? 와이즈넛은 인공지능 챗봇, 빅데이터 수집, 분석, 검색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다루는 기업이다. 채용설명회에 온 임택씨는 “수학과 경제학을 대학에서 공부했는데 앞으로 펼쳐질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제2의 삼성전자’같은 기업이 될 것 같아 입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뉴욕대에서 물리·통계학을 공부한 오성만씨도 “입사후 실용적인 데이터 처리와 딥러닝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찾았다”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와이즈넛은 최근 5년간 153%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200여억원에 영업이익은 31억원을 올렸다. 판교에 있는 직원 186명의 78%가 기술인력이다. 나머지 인력도 석·박사급 고급인재다. 이런 인재 투자에 힘입어 현재 와이즈넛의 검색,챗봇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업은 신세계, 롯데닷컴, 이마트몰, 대신증권 등 대기업을 비롯해 주민등록등본 검색,발급하는 민원24까지 2800여개사나 된다.
채용설명회에 나온 강용성 대표는 “10년전에는 페이스북, 테슬라라는 기업이 없었다”며 “지금은 우리가 삼성전자처럼 유명 회사는 아니지만 10년뒤에는 제2의 페이스북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우수인재들이 와이즈넛에 지원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에 대한 버지니아텍 홍석화 박사의 특별강연, 인공지능 기술과 사례소개, 현업 선배들이 들려주는 와이즈넛 기업문화, 근무환경을 경험할수 있는 오피스 투어 그리고 1대1 직무 멘토링 등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와이즈넛은 지난 20일까지 신입사원을 모집했다. 모집분야는 △빅데이터 지식컨설팅△솔루션 국내영업직 △솔루션 구축 웹개발 △디지털광고 영업 △디지털광고 플랫폼 개발 △연구개발 등 6개 분야. 채용절차는 서류전형, 실무면접(개발직은 코딩테스트), 인적성검사, 임원면접 등이다. 코딩테스트와 관련해서 장정훈 미래전략 실장은 ”프로그램 언어는 자바, C++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며 ”시간은 1시간이지만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있는 지원자라면 3~4시간까지도 더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개발인력은 지원자 역량에 따라 최대 10명까지 뽑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와이즈넛 측은 “채용설명회 참석자 모두에게 입사지원시 서류전형 가산점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연말까지 현재 직원수를 220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며 이번 모집에서 신입사원을 대거 채용할 뜻을 내비쳤다.
◆반도체협회 ‘직무특강 컨설팅’
지난 20일 오후4시 경기도 성남의 판교에 있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세미나실에선 대학생 100여명과 전현직 반도체 전문가들의 열띤 질의응답이 오갔다. 한 학생이 “반도체 장비업체의 후공정(조립)기업에서 전공정(칩 제조)기업으로 이직도 가능한가“라고 묻자 오찬권 하이엔드테크놀러지 대표는 “반도체 장비업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후공정은 완전히 다른 분야다. 각 공정마다 전반적이 이해가 있어야 하고 이해를 하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이직은 쉽지않다”고 답했다. 또 다른 학생은 “대학에선 반도체 이론을 배우는데 실습과정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반도체산업협회 전배근 인적자원개발 팀장은 ”8월말 협회에서 반도체 공정실습 과정을 마련할 예정이기에 그 과정에 등록하라”고 말했다. 그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운영 중인 10주 반도체 엔지니어 맞춤형 과정, 경기경영자총협회의 반도체 공정 전문인력 양성과정, 한국나노기술원의 소자·공정·장비 인력 양성과정 등의 과정도 함께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반도체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반도체 산업 직무특강·컨설팅’이다. 오수 1시부터 다섯시간동안 계속된 이날 행사는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전망 △반도체 소자·설계·장비기업 직무와 취업 역량 등에 대한 각 분야의 전문가가 나와 강의를 했다. 강의에 나선 이창훈 전 SK하이닉스 기술 연구원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반도체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학부졸업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자신의 전문성을 쌓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찬권 대표는 ”반도체 장비기업의 기구설계·소프트웨어설계 전문가들은 50대 은퇴후에도 재취업을 할 정도“라고 최근 반도체 인재채용 경향을 설명했다.
전배근 팀장은 ”상당수 이공계 대학생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만 알뿐 중견 반도체 설계·장비·소재 기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서 ”학생들에게 반도체 직무와 탄탄한 중견 반도체 기업들을 소개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협회측은 지난 6월에는 알짜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대학을 순회하며 ‘찾아가는 반도체 우수기업 로드쇼’를 진행했다.
또한, 다음달에도 카이스트(8일), 충북 테크노파크(17일), 부산 벡스코(2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29일) 등을 순회하며 지역의 대학생들에게 ‘반도체 직무 컨설팅’을 계획중이다. 이날 특강에 참석한 이공계 대학생들은 유익했다는 반응이다. 정성모씨(건국대 융합신소재4)는 “반도체 기업들이 채용을 늘린다는 말을 듣고 취업준비를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학부에서 알 수 없는 실무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끝) /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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