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왕의 '쓰디쓴 최후'…1500만원으로 쌓은 성공신화 왜 무너졌나

입력 2017-07-25 17:29   수정 2017-07-26 05:41

할리스·카페베네 성공시킨 강훈 KH컴퍼니 대표
2010년 시작한 '망고식스' 경영난으로 극단적 선택

프랜차이즈 포화 상태…가맹점 위주 전략이 실패 원인



[ 김보라 기자 ] 강훈 KH컴퍼니 대표(49·사진)는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의 신화로 불렸던 인물이다.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등 손대는 커피 사업마다 성공 가도에 올려놓으며 ‘커피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망고식스’는 그가 2010년 “남들이 못 하는 걸 하겠다”며 연 디저트 카페다. 하지만 시장 포화로 가맹점이 더 늘지 않으면서 3년 전부터 자금난에 허덕였다. 지난 14일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냈다. 그가 지난 2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강 대표는 이날 오후 5시46분께 서울 반포동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로 회사 직원에게 발견됐다.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힘들어했고, 지난 23일 지인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듯한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1992년 신세계 공채 1기로 입사했다. 1997년엔 스타벅스 도입 태스크포스(TF) 멤버로 참여했다. 외환위기로 스타벅스 개점이 연기되자 퇴사해 이듬해 김도균 현 탐앤탐스 대표와 함께 1500만원으로 강남역 지하 작은 공간에 ‘할리스커피’를 창업했다. 5년여간 가맹점을 40여 개로 늘리며 브랜드를 안착시켰다. 2003년 할리스를 CJ플래너스에 매각하고 2008년 카페베네에 합류했다. 김선권 대표와 함께 카페베네를 이끌며 연 매출 1000억원, 최단 기간 최다 매장 수 돌파, 업계 최초 500호점 돌파 등의 기록을 세웠다. 톱스타 광고 모델을 기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강 대표는 평소 자신의 장점을 ‘무모한 자신감’이라고 밝혔다. 흔한 보험 하나 들지 않고 모든 것을 사업에 쏟아부으며 “사업이 바로 보험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2010년 카페베네를 나와 KH컴퍼니를 세우고 ‘망고식스’라는 디저트 카페 브랜드를 선보였다. 하지만 2015년부터 영업적자를 냈다. 그는 지난해 4월 커피식스, 쥬스식스 등을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했다. 올해 초엔 ‘디센트’ ‘망고식스미니’ 등 단기간에 여러 브랜드를 신규 론칭했다. 자금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다. 비슷한 음료 브랜드로 가맹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존 가맹점주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KH컴퍼니와 자회사 KJ마케팅은 실적 개선에 실패했고,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강 대표는 최근 서울 반포의 원룸에서 월세를 내며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상권 포화로 가맹점이 더 이상 늘지 않게 된 것을 실패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강 대표는 많은 운영비가 드는 직영점을 최소화하고 가맹점 위주의 전략을 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후반까지는 커피와 음료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가맹점 증가 속도가 빨라 가맹비를 받아 수익을 내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살아남기도 힘든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숨지면서 25일로 예정됐던 회생절차 첫 대표자 심문이 연기됐다. 서울회생법원 13부(부장판사 이진웅)는 가맹점주를 포함한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회생절차를 밟을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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