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리단길·중리단길 '별칭'이 달갑지 않은 까닭

입력 2017-07-25 19:22  

상권 활성화는 좋지만 임대료 뛰어 상인들 불만
"젠트리피케이션 부추겨"



[ 성수영 기자 ] 이색적인 소규모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집결해 상권이 활성화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을 본떠 ‘망리단길(마포구 망원동)’ ‘중리단길(중구 중림동)’ 등 ‘별명 거리’가 최근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오랫동안 이들 지역을 지켜온 현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임대료 급등으로 타지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우려해 이 같은 별칭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망원동에 사는 직장인 지모씨(54)는 망원동주민회의 ‘망리단길 안 부르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망리단길은 망원동 포은로의 별칭이다.

망원동 주민회는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부추겨 1년 새 상가 임대료가 20% 넘게 올랐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단골 카페가 임대료 급등에 조만간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에는 2만4000여 명이 가입한 페이스북 페이지 ‘망원동좋아요’에 “포털사이트 지도에서 ‘망리단길’을 지웠으면 좋겠다”는 망원동 주민의 글이 올라왔다. 네이버와 다음 등 양대 포털이 제공하는 지도는 망원역 서쪽 일대를 망리단길로 표시하고 있다.

이 주민은 “네이버 지도가 ‘망리단길’을 지정해 놓은 것을 취소해 달라고 정보 수정을 요구했으나 네이버가 거절했다”며 “이유는 망리단길 검색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썼다.

중림동 상인들에게도 ‘중리단길’이라는 별칭이 달갑지 않다. 지난 5월 인근에 개장한 서울역 앞 고가공원인 ‘서울로 7017’ 영향으로 유동인구가 급증하면서 상권 활성화에 불이 붙었지만 덩달아 월세도 크게 뛰었기 때문.

지난달까지 중림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B씨(52)는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에 가게를 접어야 했다. B씨는 “손님이 더 많아진 것도 아닌데 건물주가 중리단길을 들먹이며 월세를 두 배로 올려 받겠다고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동네에 붙은 별칭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림동 주민 김모씨(35)는 “중리단길이라는 별칭이 붙은 뒤 동네가 훨씬 활기를 띠게 됐다”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별명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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