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수집 규제해야"
[ 김현석 기자 ] 인터넷 검색과 광고, 소셜미디어 등에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독점 체제를 묵과하면 경제의 고질병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이들이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의 싹을 말림으로써 불평등 심화, 신규 창업 감소, 고용창출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속히 움직이고 파괴하라(Fast and Break Things)》의 저자 조너선 태플린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마존과 페이스북, 구글은 너무 크고 강해져 만일 이들이 멈추지 않는다면 깨뜨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태플린 교수에 따르면 온라인 검색 광고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77%에 달한다. 또 구글과 페이스북은 모바일 광고 시장의 약 56%를 점유했으며, 아마존은 전자책 판매의 70%와 미국 전자상거래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자회사인 왓츠앱, 메신저, 인스타그램 등을 합해 모바일 소셜미디어 트래픽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들이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신기술 개발보다 경쟁자 제거를 위한 공격적 M&A를 해 왔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0년간 1310억달러를 투입해 436건의 M&A를 성공시켰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경쟁사가 될 만한 기업을 거액에 사들였다. 또 스냅챗이 30억달러의 인수 제안을 거부하자 스냅챗의 가장 큰 장점인 ‘순간 사라짐’ 기능을 자사 모든 사이트에 도입해 성장을 막았다. 구글이 디지털 광고업체 애드몹, 더블클릭 등을 인수하고 아마존이 온라인 신발 업체 재퍼스를 인수한 것도 위협이 될 만한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도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오터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도 최근 논문에서 “유명 기술 회사가 경쟁자를 밀어내고 ‘승자독식’의 슈퍼스타 회사가 되면 그들은 높은 이윤을 챙길 수 있지만, 사회는 전반적으로 그 반대 효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인터넷 기업의 독점에는 전통적 독점금지법을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페이스북은 메신저 회사이던 왓츠앱을 220억달러에 인수했지만 “페이스북과 왓츠앱은 서로 다른 업종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독점 금지를 개인정보 보호와 동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가 “페이스북이 이용자가 데이터 수집에 동의하도록 이용약관을 제시한 것은 일종의 이용자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한 게 좋은 예라고 소개했다. 빅데이터에 대한 통제가 규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 일본 등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웹서핑과 온라인 구매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 광고, 추천 동영상 및 검색결과를 보내주는 것에 ‘반독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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