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수급 유형도 다양하다. 보건복지, 고용노동, 산업자원, 농축산식품 쪽이 많지만 건설교통, 문화관광, 환경에 이르기까지 새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다. 그래도 보건복지 분야가 절반을 넘어선 걸 보면 역시 지급 경로가 다양하고 풀리는 돈도 많은 곳에서 많이 샌다는 점이 확인됐다.
‘복지전달 체계에 문제가 많다는 게 언제 적부터 지적인데, 아직도 눈먼 돈인가’라는 납세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기국회라도 열리면 어김없는 질타 메뉴이고, 이제는 언론의 기삿거리도 못 되는 해묵은 적폐가 부실한 복지 전달망인데 정부발(發)로 실상이 또 확인된 탓이다.
하지만 서둘러 도입된 복지제도의 속성이 이렇다는 사실을 납세자도, 정부도, 국회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진짜 필요한 곳에, 속성과 연관효과 등을 하나하나 확인한 뒤,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며 확대해 왔어야 했다. 곳곳의 누수로 신뢰도만 흔들리게 된 것은 필연적이다. 오랜 복지정책 경험이 있는 유럽국가들도 건전한 전달체계가 중요하지만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 큰 고민이었다.
부정수급 사례를 보면 온갖 수법이 다 있다. 자격 위반은 기본이고 직원 허위등록, 가짜 진료, 실적과 기술 조작 등 일일이 거론하기도 민망하다. 보조금은 더하다. 연구지원금에서 3억원을 빼낸 기업 대표가 있는가 하면, 국책 연구과제를 통해 8억원을 빼돌렸다가 쇠고랑을 찬 저명한 교수도 있다.
무차별 복지와 2000가지가 넘는 보조금 사업이 많은 국민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 재원 낭비 이상의 문제다. 자립·자조 같은 가치는 뒷전이고 정부의존형 심성만 키우고 있다. 그런데도 선거 때마다 ‘무상’의 논의 범위는 넓어지고 보조금 종류도 늘어난다. ‘큰 정부’로 가면 더할 것이다. 새는 파이프를 둔 채로는 증세 논의가 부질없다. 복지가 확충되고 보조금이 신설되는 과정이 결국 규제요, 관청의 갑질이 되는 한국적 행정문화도 문제다. 전달체계부터 제대로 다진 뒤 복지확충 논의를 하더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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