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고 겪는 '카풀 앱' 스타트업
[ 구은서/박진우 기자 ]
“두 번은 괜찮고, 세 번 이용하면 형사처벌한다는데 이게 말이나 되나요.”
한 카풀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승용차로 승객을 태워다주며 ‘용돈벌이’를 했던 직장인 A씨는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앱을 통해 하루 세 번 카풀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은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한 유상 운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출퇴근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A씨는 “경찰이 ‘하루 두 번까지는 출퇴근 목적으로 볼 수 있지만 세 번 이상은 단속 대상’이라고 했다”며 “반차를 내고 오전에 쉬다가 오후에 직장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세 차례 카풀을 한 게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밥벌이도 아니고 상부상조로 생각해 앱을 자주 이용해왔는데 이런 거로 범법자가 될까봐 앞으로는 절대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26일 서울 노원경찰서와 카풀 앱 업계 등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한 카풀 앱 업체를 압수수색해 이용자 80여 명을 여객운수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모호한 법 규정과 경찰의 무리한 단속이 차량공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의 혁신 의지를 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무신경…경찰 “일단 단속부터”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경찰 단속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횟수를 기준으로 한 단속에 대해서는 “출퇴근 목적이라면 하루 두 번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은 상식적으로 좀…”이라며 말을 흐렸다.
여객운수법 제81조는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이용하거나 이를 위한 차량을 제공·임대·알선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단 예외 규정을 달아 출퇴근 때는 허용한다.
문제는 출퇴근 때를 어떻게 해석할지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국토부 측은 “출퇴근은 시간 개념인 동시에 목적 개념”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허용 시간대와 횟수는 법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카풀 앱 업체들은 여객운수법을 의식해 자체적으로 시간대와 횟수 제한 규정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출근(평일 오전 5~11시), 퇴근(오후 5시~다음날 오전 2시) 때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운전자가 하루에 세 번만 이용자를 태울 수 있도록 제한하는 식이다.
경찰 측 해석은 달랐다.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카풀 앱 이용내역을 확보해 출퇴근 경로가 일정하지 않거나 이용 횟수가 일정 수준(하루 두 번, 오전·오후 7~9시)을 벗어난 운전자는 단순한 카풀이 아니라 본격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앱을 이용했다고 봐서 입건했다”며 “추후에도 여객운수법 위반 혐의가 있으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신기술 가로막는 낡은 규제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일방적인 단속과 규제에 신기술 개발이 가로막히면 혁신적 아이디어들이 빛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카풀 앱 업체들은 주행 빅데이터를 활용해 출퇴근길에 최단 거리로 최대한 많은 이용자를 태울 수 있는 신기능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용 횟수를 제한할 경우 빅데이터 자체가 생성되기 어렵다는 게 이들 업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지원단장은 “출퇴근 시간과 형태가 다변화되고 있는데 카풀 앱의 단속 기준을 일괄적으로 정하면 업계의 성장만 저해할 것”이라며 “교통 수요를 메워주는 등 카풀의 공익적 가치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카풀 앱 관계자는 “서울시 등에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택시업계 반발과 법률상 제약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캠퍼스 서울은 지난 13일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서 “최근 1년간 누적 투자액 기준 상위 100개 글로벌 스타트업 중 현재 사업모델로 한국의 규제를 통과해 사업할 수 있는 기업은 43곳에 불과하다”며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살아남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진입장벽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은서/박진우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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