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기자 ] 제목의 □는 뭘까요. 정답은 점(占)입니다. 이번 ‘알쓸커잡(알고보면 쓸데 있는 커피 잡학사전)’에서는 우리에게 조금 낯선 터키의 커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동양과 서양을 다리 하나로 잇고 있는 도시 이스탄불. 몇 년 전 그곳을 여행할 때였습니다. 유럽과 이슬람 문화가 섞여 있는 그곳은 이상하게도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잘 맞았던 건 음식. 한국인의 입맛을 ‘저격’하는 듯한 육·해·공의 향연에 미각이 마냥 즐거웠습니다. 그 와중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술과 커피였습니다. 터키 ‘아재’들이 저녁 밥상에 꼭 올려놓고 한 잔씩 먹는 라키(Raki)라는 전통 술은 투명한 원액에 물을 부어 하얗게 변하면 마시는 술입니다. 맛은 못 봤습니다. 향이 방향제 같아서 도저히 입안으로 들여보낼 수 없었습니다.
다음은 커피. 당시 이스탄불에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점이 없었습니다. 카페에서 ‘터키 커피’만 팔았죠. 에스프레소보다 양은 조금 많지만 에스프레소는 아니고, 맛은 약간 텁텁한데 먹고 나면 바닥에 커피가루가 진흙처럼 남아 영 찝찝했죠.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제게 카페 여주인이 다가와 갑자기 잔을 휙 뒤집었습니다. 잔에 남아 있던 커피가루가 받침으로 질질 흘러나왔죠. 순간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습니다. 여주인은 알아듣지 못하는 터키어로 계속 말을 했습니다. 터키 친구가 해석해주는 말을 듣고 경악했습니다. “딴생각 말고 지금 하는 거나 열심히 해. 결혼은 서른셋쯤 할 거니까 서두르지 말라고.”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모두들 잔을 뒤집어 보면서 “넌 오늘 재수가 안 좋다” “이 정도면 괜찮다” 등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커피 점(占)을 치고 있는 거였죠. 터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고 난 뒤 잔을 뒤집어 점을 치는 게 전통이라네요.
터키식 커피 추출법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방법이라고 합니다. 원두를 밀가루 정도의 입자로 곱게 갈아서 ‘체즈베(뚜껑 없이 손잡이만 있는 계량컵 모양)’나 ‘이브릭(주전자처럼 생긴 포트)’이라는 추출 기구에 찬물과 섞어 담고 불 위에 올립니다. 그날 카페 여주인에게 체즈베로 커피 내리는 법을 배워봤습니다. 커피물을 불 위에 올리고 거품이 올라오면 두어 번 내렸다 올렸다 반복하면 되더군요. 화력 조절이 어려웠죠. 센 불에 하면 금방 끓어올라 커피 맛이 덜하고, 약한 불에 하면 쓴맛이 강해진다나. 거품이 바글바글 올라올 때 순간 손목의 회전을 이용해 불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갖은 양념을 넣고 물을 자박하게 부어 뭉근해질 때까지 끓이라’는 한식 대가의 설명처럼 모호했습니다. 그때 사온 체즈베는 아직도 집에 모셔져 있습니다. 아무리 연습해도 쉽지 않은 그 맛, 가끔 그립습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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