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락근 기자 ] “전기적 자극요법으로 우울증, 치매, 뇌졸중 등 뇌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겠습니다.”
빈준길 뉴로핏 대표(29·사진)는 지난 25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환자마다 두개골 모양이나 뇌 구조, 병변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 맞춤식 전기 자극 요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환자 맞춤형 뇌자극 가이드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다.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해 3차원(3D) 시뮬레이션으로 어떤 부위에 어느 정도 전기 자극을 줘야 효과가 있는지 수리과학적으로 분석해주는 소프트웨어다. 일종의 뉴로내비게이션이다.
뇌질환 환자에게 주로 쓰이는 전기 자극 요법은 효과 측정이 쉽지 않아 의료현장에서 활발하게 활용되지 못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걸림돌이었다. 뉴로내비게이션이 주목받는 이유다. 빈 대표는 “자극이 필요한 곳을 정확히 찾아내 집중적으로 전류를 흘리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기존 치료 방법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빈 대표는 지난해 3월 김동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의기투합해 뉴로핏을 세웠다. 두 사람은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학원에서 만났다. 빈 대표는 치매로 10년 가까이 고생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치매를 치료할 방법을 찾고 있었고, 김 박사는 2012년께부터 뉴로내비게이션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뉴로내비게이션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에 900개 이상의 MRI 데이터를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하도록 해 만들었다. 두피, 두개골, 뇌척수액량, 뇌 형태는 물론 뇌주름까지 구현해낼 수 있다. 환자의 MRI를 읽어 3D로 머리와 뇌의 형태를 모델링한 뒤 전류를 흘렸을 때 만들어지는 전기장을 계산해 효과도 예측할 수 있다. 빈 대표는 “환자의 MRI만 있으면 5분 안에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할 수 있어 의사가 진료 전에 환자에게 어떤 부위에 어떤 식으로 전기 자극을 가할지 설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로핏은 뇌졸중으로 후유증을 겪는 환자에게 뉴로내비게이션을 먼저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달 삼성서울병원과 소프트웨어 공급 계약을 맺었다. 미국국립보건원(NIH)도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간질, 우울증, 치매 등의 질환에도 적용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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