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태형 기자 ] 빗방울은 어떻게 생겼을까. 대부분 사람은 수도꼭지에 매달린 물방울처럼 위쪽 끝이 뾰족하고 아래쪽은 둥근 모양으로 생각한다. 환경전문 과학저술가이자 칼럼니스트 신시아 바넷에 따르면 빗방울은 낙하산 모양으로 떨어진다.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이 둥근 모양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아랫부분이 대기의 압력을 받아 불안정해지며 찌그러지기 때문이다.
바넷이 쓴 《비》는 비를 주제로 과학, 역사, 인류학, 지리학을 비롯해 문화와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지구와 인류의 진화, 문명 발전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비가 처음 기록된 원시시대에서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비의 기원과 문명의 시작, 강우에 얽힌 과학적 사건·사고, 기상학과 일기예보의 역사 등을 풀어낸다. 비의 서정성이 문화와 예술 영역에 준 영향도 기술한다.
서구 중심적인 시각은 아쉽다. 서양 문명과 기록 중심으로 쓰인 책을 읽다 보면 어쨌든 반가운 이름이 나온다. 문종과 세종대왕이다. 저자는 뒤뜰에서 비를 받는 근대적 원통형 용기는 세종대왕이 조선을 다스리던 1441년 발명됐으며 세자였던 훗날의 문종이 관 모양의 측우기를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한다.
그는 “당시 유럽에서는 폭우로 재앙이 발생하면 마녀사냥을 합법적으로 자행했고, 과학자들은 종교재판소에 불려 다녔다”며 “최초의 우량계가 동양에서 발명된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수원 옮김, 21세기북스, 504쪽, 2만8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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