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의 자신감 "미국·유럽 독주 끝…셀트리온이 바이오시장 이끌 것"

입력 2017-07-28 17:46  

경영탐구 -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코스닥시장 '화려한 데뷔'

대우 퇴사 후 사업 '쓴맛'…바이오에 눈 돌려
45세 때 5천만원으로 창업해 20조 그룹 일궈
바이오시밀러 독보적 1위…"경쟁상대 없다"



[ 전예진 기자 ]
“공룡의 시대는 지났다.”

28일 한국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 기념식에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61)은 이렇게 선언했다. “미국, 유럽의 공룡 기업이 주도하던 바이오 시장을 셀트리온이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상장으로 셀트리온그룹은 시가총액 20조원의 바이오 기업으로 우뚝 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약 18조원)를 넘어섰다. 서 회장은 “조 단위의 상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며 “오늘은 한 기업이 상장한 날이 아니라 1700조원의 세계 제약시장을 셀트리온이 견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날”이라고 말했다.

◆5000만원으로 일군 20조 기업

서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본금 5000만원, 직원 6명으로 셀트리온을 창업한 일화는 유명하다. 서 회장은 기념사에서 “17년 전 아내가 사업하라고 5000만원을 줬는데 당시 45세였다”며 “여러분도 나처럼 코스닥 시가총액 10% 가치의 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그룹의 모태 기업이라는 점에서 서 회장에게 각별하다. 대우그룹이 해체된 후 회사를 나온 서 회장이 1999년 12월 설립한 벤처기업 넥솔이 셀트리온헬스케어 전신이다. 서 회장은 넥솔을 통해 경영컨설팅, 식품 수입, 장례업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댔지만 실패의 쓴맛을 봤다. 시행착오 끝에 바이오 사업이 유망하다고 판단한 그는 2002년 2월 미국 제넨텍의 바이오 자회사인 벡스젠과 기술제휴를 맺고 셀트리온을 창업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오리지널 제품과 같은 효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약이다.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의약품 개발 경험이 전무한 신생 회사가 성공할 수 있겠냐는 싸늘한 시선만 돌아왔다. 의학·제약 전공자도 아닌 서 회장의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기꾼 얘기도 숱하게 들었다. 주변의 우려 속에서도 셀트리온은 존슨앤드존슨(J&J)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램시마’ 개발에 성공했다. 서 회장은 “세계를 뛰어다니면서 나보다 더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을 많이 만나봤는데 그 사람들이 못 이기는 게 한국인”이라며 “될 때까지 끈질기게 하는 게 우리가 가진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당분간 위협적인 경쟁자 없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글로벌 1위다. 서 회장은 “홍콩, 유럽, 미국에서 직접 기업설명회를 했는데 전 세계가 우리의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인정했다”며 “셀트리온은 경쟁사인 제넨텍, 암젠의 10분의 1 인력으로 성공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의료보험 재정적자에 고민하고 있다”며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셀트리온이 세계 제약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당분간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는 위협적인 존재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는 처방 데이터가 중요하고 가격 경쟁력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선발 업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3개 제품을 가장 앞서 출시했고 아직 판매하지 않은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러 늦게 출시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했다.

서 회장은 바이오 벤처기업 육성 계획도 밝혔다. 그는 “올초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1500억원의 바이오펀드를 세워 유망 기술을 지닌 후배를 기르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며 “벤처기업들이 혼자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서로 융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회장은 이날 상장 기념식 후 방명패에 “투자자와 임직원에게 보람을, 대한민국과 젊은이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주는 기업이 되겠습니다”라고 썼다.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1957년 청주 출생 △인천 제물포고, 건국대 산업공학과 졸업 △1983년 삼성전기 △1986년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 △1992년 대우자동차 상임경영고문 △2000년 넥솔바이오텍 설립 △2002년 셀트리온 회장 △2009년 셀트리온제약 회장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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