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환 기자 ] 2015년 6월 튀니지 수스 해변 리조트에서 휴양을 즐기던 영국인 30명이 이슬람 무장단체의 무차별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사건 발생 직후 영국 외교부 내 위기대응센터는 비상근무체제를 가동시켰다. 외교부 영사와 경찰 대(對)테러작전팀, 적십자 직원 등 총 100여 명으로 구성된 긴급 위기대응팀이 한 시간도 안 돼 꾸려졌다. 이들은 평소 훈련받은 대로 피해자 파악, 유가족 지원 등 업무를 시작했다. 영국 경찰 수사관 10명이 현지에 파견됐고 튀니지 수사당국과 공조해 1주일 만에 용의자 8명을 체포했다.
민간인 여행자를 노린 범죄가 급증하면서 해외 선진국들은 앞다퉈 긴급대응센터 등 위기관리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안전지킴이센터’도 이 같은 긴급대응센터를 모델로 삼았다. 영국 긴급대응센터는 평상시엔 긴급구조·영사조력·정보관리·언론담당·해외여행 경보 등 5개 팀 30명으로 운영되다 테러 등 긴급상황이 벌어지면 110명으로 인력이 확대된다. 프랑스 역시 80명의 전담 인력으로 구성된 위기대응센터를 운영한다.
선진국들은 해외 거주 자국민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법적 보호망도 갖추고 있다. 자국민이 해외에서 잘못을 저질러 처벌을 받아야 할 일이 생기더라도 언어 문제 등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일본은 해외 거주민과 현지인 간의 다툼이 발생했을 때 일본 공관이 즉시 공무원을 파견해 자국민을 현지 경찰서가 아닌 공관으로 데려와 보호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현지 경찰서에서 조사받다 벌어질 수 있는 인권 침해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스웨덴은 해외에서 자국민이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 조사·재판·통역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대사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테러 공격, 아동유괴범죄, 행방불명 등 해외 공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재외국민보호체계 강화’를 100대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재외국민보호법 제정에 뒤늦게 나섰다.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재외 공관에서의 자국민 보호 업무가 중구난방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황태정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부교수는 “해외 자국민을 법·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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