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가 밍밍해야 진정한 냉면이지"… 당신은 '면스플레이너'?

입력 2017-07-28 19:07   수정 2017-07-30 18:28

Life &


[ 이수빈 기자 ] 평양냉면집에서 비빔냉면을 시켰다가 핀잔을 들었다면, 냉면에 겨자·식초를 넣었다고 구박받았다면, ‘면스플레인(면+익스플레인)’에 걸려든 것이다.

면스플레인은 평양냉면을 즐기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 나머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강요하며 가르치려는 언행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여자 앞에서 잘난 척하며 가르치려 드는 남자를 꼬집는 신조어 ‘맨스플레인’을 패러디해 나왔다. 한여름이면 평양냉면 마니아들의 냉면 사랑이 뜨거워지는 만큼이나 면스플레이너에 대한 불만도 많이 터져나온다.

대표적인 면스플레인 중 하나는 “육수가 심심한 물냉면이 진정한 냉면”이라는 것이다. 이는 “함흥냉면, 비빔냉면은 진짜 냉면이 아니다” “평양식 냉면이어도 육수가 진하면 진정한 냉면이 아니다”는 식으로 설명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때문에 같은 평양냉면 중에서도 육수가 맑은 장충동 계열 냉면만 인정하고, 우래옥 을밀대 등 연한 갈색 육수에 담긴 냉면은 “냉면 먹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먹는 것”이라며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이로 툭툭 끊어 먹는 게 제대로 냉면을 즐기는 방법”이라는 면스플레인도 있다. 냉면을 가위로 잘랐다가는 메밀면의 구수한 맛과 식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면스플레인은 계속 이어진다. “냉면은 메밀 순면으로 먹어야 제맛” “쫄깃한 식감은 평양냉면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이다.

유독 평양냉면에만 타인에게 취향을 강요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남들이 잘 느끼지 못하는 맛도 즐길 수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몽로와 광화문국밥을 운영하는 박찬일 셰프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면부심(냉면에 대해 잘난 체하는 것)’은 고전적인 음식을 내가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자부심”이라며 “일종의 유행”이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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