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쏟은 '말 테마파크' 8개월 만에 폐장

입력 2017-07-30 17:08  

마사회가 설립한 '위니월드'
입장객 4만명 그치며 문 닫아
부당 수의계약 등 꼼수도 적발



[ 고윤상 기자 ] 한국마사회가 800억원을 들여 만든 말 테마파크가 8개월여 만에 영업 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서울경마공원(렛츠런파크서울)을 가족공원으로 재단장하려는 사업도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30일 마사회에 따르면 서울경마공원 내에 지난해 10월 문을 연 테마파크인 위니월드(사진)가 지난달 폐장했다. 이 시설물은 마사회가 경마공원을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놀이와 휴식 명소로 탈바꿈시키겠다며 2012년 내놓은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의 핵심 사업 중 하나였다. 약 800억원을 투입한 위니월드는 세계 최초로 롤플레이(역할극) 형태를 도입한 말 체험 테마파크라고 마사회는 홍보했다. 하지만 8개월 동안 유료 입장객이 4만여 명에 그치며 적자를 면치 못하자 결국 문을 닫았다. 당초 예상치는 연 100만 명이었다.

감사원은 최근 위니월드 사업 감사를 벌여 외부통제절차 미실시, 부당 수의계약 등을 확인했다.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신규 사업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피해 세부 사업을 별도 사업인 것처럼 보고하고 조사를 빠져나간 꼼수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마사회에 관련자 세 명의 문책을 요구했다.

경마장을 가족공원으로 꾸미려는 계획도 지지부진하다. 연초 관람장 1층에 ‘놀라운지’ 등 가족과 젊은 층을 위한 체험 공간을 만들었지만 초기 운영하던 가상현실(VR) 승마 체험을 최근 없애는 등 볼거리가 축소돼 관람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흡연도 여전한 문제다. 2012년 공원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시민의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폐장 시간에는 ‘흡연 자유구역’을 방불케 할 정도로 흡연자가 많아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주차요금이 인근 서울대공원(1일 5000원)의 두 배 이상인 1만2000원에 이르는 것도 불만 사항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하반기 중에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시설 개선에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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