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석유파동(oil shock)이 아니라 물 파동(water shock)에 대비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이 2009년 펴낸 ‘수자원 이니셔티브 보고서’의 일갈이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가 200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에서 153개국 중 129위로 ‘물 부족 국가’에 속한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연간 총강수량은 1323억t, 자연 손실분과 바다로 유실되는 것을 제외하면 실제 이용량은 372억t이다. 이 가운데 하천과 댐, 지하수를 통해 공급되는 생활·농·공업용수로 251억t, 나머지는 하천유지수로 활용된다.
문제는 이용 가능한 수자원 총량의 72%가 6~8월 홍수철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여름철엔 홍수 피해가 속출하고 다른 기간엔 가뭄에 시달린다.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06년 에위니아 당시 태풍 피해액만 14조원이 넘는다. 가뭄 피해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한국 수자원 대책은 여름철 강수량 관리와 운영이 핵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에 역대 정부마다 ‘물 대책’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는 만성적 가뭄과 홍수 피해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했다. 준설과 보 축조, 제방 보강과 저수지 둑 높이기, 하수처리시설 개선, 습지보전, 친수시설 등 치수와 생태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에 ‘막대한 예산을 단기간에 쏟아부을 만큼 시급하고 효과가 있는가’ ‘환경문제에 대한 대책이 있나’ ‘보의 크기와 위치 및 개수는 적절한가’ 등 다양한 이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히 하자. 2012년 기상 관측 이래 최초로 3개 태풍이 연속 상륙해 큰 피해가 예상됐지만, 4대강 수혜 지역에서는 범람과 침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200년 빈도의 대규모 홍수에도 대응할 수 있는 치수체계를 구축한 덕분이다. 안정적인 물 공급도 빼놓을 수 없다. 11억7000만t의 수자원을 추가 확보해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에 대비했다. 농업용수 공급, 취수비용 절감 등 취수여건도 현저히 개선됐다. 경관지 조성 등 강을 시민의 품에 돌려주는 기능도 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일종의 ‘정책 청산대상’에 꼽혀 수난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보완하고 개선하면 될 것이지, 마치 대단한 ‘악’처럼 회자되고 인식되는 분위기는 심히 우려스럽다. 정책에 명암은 있다. 하지만 선악의 대상은 아니다. 역사는 청산에 있기보다 계승하고 극복하는 데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김광림 <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glkim@na.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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