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불안감 확산
"인력난 속 매일 잔업하는데 납기 어떻게 맞추나" 하소연
공장 껐다 켜면 타격 업종도
제조업 평균 월급여 296만원…근로시간 단축 땐 39만원↓
[ 김낙훈/강현우 기자 ]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산업현장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근로시간을 현행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근로자는 여가시간이 많아지겠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일자리 나누기라는 목표 달성이 어렵고 △근로자 소득 감소로 노사분규가 확산되며 △현실적으로 특근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법을 위반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상당수 중소 제조업체는 한 작업조가 10시간씩 일하는 2조2교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8시간은 정규 근로이며 나머지 2시간은 연장근로다. 주 5일만 일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감이 몰려 주말근로를 하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고용을 늘리기도 어렵다. 일감이 줄어들 때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나뉘는 업종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업종 △발주기업의 단기 납품 요청이 일상화돼 있는 업종 △노(爐)를 껐다가 켜면 생산에 큰 타격을 받는 업종 등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법 위반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웃도어용품업체 D사의 L사장은 “성수기엔 일이 많아 몇 달씩 매일 잔업을 해야 한다”며 “일률적으로 ‘주당 몇 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제한하면 규정을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 주물업체의 K사장도 “어차피 인력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대체인력 뽑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임금 감소로도 이어진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하는 제조업 근로자 40만9000여 명의 평균 월급여는 296만원이다. 이들의 근로시간은 평균 61.4시간(연장근로 21.4시간)이다.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면 수당 39만원을 못 받게 된다. 월급이 296만원에서 257만원으로 깎인다는 얘기다.
건자재업체에서 일하는 K팀장은 “상여금을 포함해 월평균 약 400만원을 받고 있는데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이 20~30%가량 줄어든다”며 “자녀교육을 생각하면 생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근로시간 단축을 회사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노사 합의 시 탄력근무를 허용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강현우 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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