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 대리점 "신한과 일 안해"
삼성·KB국민·현대카드도 밴 위탁 수수료 인하 검토
[ 김순신 기자 ]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의 불똥이 영세 밴(VAN·부가가치통신망) 대리점으로 튀었다.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될 위기에 처한 신용카드회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밴 대행 업무를 줄이면서 양측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카드사를 압박해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면서 카드사는 밴사를, 밴사는 영세 밴 대리점을 압박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만 개 밴 대리점 고사 위기
카드업계 관계자는 30일 “신한카드가 밴사에 지급할 위탁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전국 6만 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 전표 직매입에 나섰다”고 밝혔다. 삼성카드 등 다른 업체들도 밴사 위탁 업무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드사의 전표 직매입이 확산되면 밴 대리점 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통상 카드사는 결제정보 중개, 매출전표 수거, 가맹점 관리 등 업무를 외부에 위탁한다. 이 가운데 결제정보 중개와 전표 매입은 대형 밴사가 대행하고, 전표 수거와 가맹점 관리는 밴사가 밴 대리점에 다시 위탁한다. 카드사가 밴사에 위탁한 업무를 직접 하면 밴사뿐 아니라 전국 2만여 곳에 달하는 밴 대리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수익이 줄어든 대형 밴사가 영세 밴 대리점에 주는 수수료를 낮출 것이기 때문이다. 밴 대리점주들은 “소상공인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운 정책이 되레 소상공인인 밴 대리점주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밴 대리점 협회인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신한카드가 31일까지 전표 직매입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신한카드의 신규 가맹점 모집과 관리 업무를 8월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다음달 신한카드 전표 직매입 철회를 위한 단체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우리도 수익 악화 심각”
카드사들은 밴 대리점 업계의 반발에도 어쩔 수 없다는 방침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수수료율이 꾸준히 떨어지면서 당장 자신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8%였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해 1월 0.8%로 1.0%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3.6%였던 중소가맹점 수수료율도 1.3%로 2.3%포인트 줄었다. 정부가 이달 31일부터 영세가맹점 분류 기준을 기존 연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은 연매출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올리기로 한 게 결정타였다. 낮은 수수료율 구간에 들어오는 가맹점이 많아진 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신한카드에 이어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등 다른 회사도 밴 위탁 수수료를 줄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007년 이후 아홉 번에 걸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 업체들이 비용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달 말부터 영세·중소가맹점이 늘어나는 것 역시 카드사엔 부담”이라고 말했다.
반면 밴 사업자들은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비용 절감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미 밴 사업자들은 영세 밴 대리점 수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카드사에서 받은 전표 매입 수수료의 60%가량을 밴 대리점에 주고 있어서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사무국장은 “카드사들이 자꾸 밴사 수수료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카드사의 갑질”이라며 “카드사가 조달 비용, 대형 가맹점·회원 모집 마케팅 비용 등은 줄이지 않고 몇 년째 밴사만 압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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