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 정책의 딜레마와 한국 정부에 주는 시사점 …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

입력 2017-07-31 09:07  

트럼프 정책의 딜레마와 한국 정부에 주는 시사점

한국외국어대 이종윤 명예교수

미국 트럼프 정권의 존립 기반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lust belt)지역의 백인 노동자 들이다. 그들은 미국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세계경제의 글로벌화라는 흐름 속에서 저임금 국가들로부터 밀려오는 이민자와 저가 제품의 경쟁력에 밀려 실직했거나 비정규직화 되어 중상층에서 중하층으로 전락한 사람들이다.

이들 노동자들의 분노가 트럼프에의 지지로 몰려 트럼프 정권을 탄생시켰다. 따라서 트럼프 정권으로서는 당연히 그들 직장의 안정화가 정권의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정권이 출범하기가 바쁘게 철강과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러스트 벨트 산업을 지키기 위해 이들 산업들에 초점을 맞추어 보호무역정책을 실시하고, 심지어 기존에 FTA를 체결했던 국가들과도 재협상을 추진하려 들고 있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FRB의장이던 버냉키의 정책판단에 의해 일찍이 경험하지 않았던 대폭적인 금융의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금융 및 경제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통화량 살포로 인해 불황은 극복되었으나 저이자 통화를 이용한 부동산 버블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FRB로서는 그 버블을 잠재우기 위한 당연한 수순으로서 이자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미국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지 않을 수 없고, 달러 강세는 러스트 벨트 지역 산업들의 경쟁력을 악화시켜 산업기반을 흔들고, 그에 따라 해당 산업 종사자들의 입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트럼프 정권으로서는 그 대책으로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일층 강화함과 동시에 자국기업이나 해외기업에 무리하게 미국에의 투자를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의 이러한 무리한 정책 추진은 지금 세계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미국경제의 안정된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게 할 것이며, 전 세계에 있어서의 미국의 지도적 국가로서의 위상도 빠르게 약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에서 우리가 명확히 인식해야 할 점은 미국의 경제정책이 해야 하는 것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저부가가치 산업을 비합리적 정책수단으로 무리하게 방어하기 보다는 미국의 높은 경제 수준에 적합한 경쟁력 있는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러스트 벨트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저급 수준의 기술을 방치하지 말고 대대적인 기술지도?기술연수를 통해 그들의 기술력을 높여 미국 경제에 상응한 기술집약적 산업에 종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추진이야말로 지금 미국이 직면한 정책의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이며, 미국의 세계적 위상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한국의 신정부는 높은 실업률의 축소를 위해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방치된 청년의 일자리 창출의 시급성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일자리 창출은 당장의 효과는 거두더라도 곧 트럼프 정권이 직면한 것과 같은 딜레마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정부의 보조금에 의한 저부가가치 산업에의 취업증대는 우리가 자유무역을 견지하는 한 지속되기 어렵고, 억지로 이를 유지시키려 하면 보조금을 계속 증가시켜 나갈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경제가 일자리 창출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조건적인 일자리 창출에 매달리지 말고 한국경제의 발전단계에 적합한, 그리고 한국경제가 지향하는 4차 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인력의 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무리한 일자리창출을 위해 준비된 예산을 활용하여 청년층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의 예비 근로자들에게 적합한 생산기술을 갖도록 하는 기술교육?기술연수를 대대적으로 실시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그들 인력들을 채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무리가 아닌 순리를 찾아서 그 곳에 우리의 정책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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