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휴(休) 경영' 신(新)바람
[ 박재원 기자 ] 재계에 ‘휴(休) 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연차 소진’, ‘체크 바캉스 도입’ 등 근로자들의 휴식을 위해 취임 초부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잘 놀고 잘 쉬어야 일의 능률이 높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 “연차 휴가를 다 쓰겠다”고 공언한 것은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정부가 휴가비를 지원하는 ‘체크 바캉스’도 ‘휴가의 불평등을 없애자’는 취지다.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이 직원들에게 적당한 여가를 제공하는 것이 시대의 변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기업 경쟁력에도 큰 보탬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대기업들은 ‘휴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7월 말, 8월 초에 집중되는 휴가철은 물론 평상시에도 ‘자율출퇴근’ 등을 통해 일과 여가가 공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휴식도 경쟁력이다
삼성전자는 일률적인 출퇴근 시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자율출퇴근제’를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육아 등 개인 사정과 시간 활용 계획에 따라 업무 집중 시간을 변경하고 효율적인 근무로 업무 성과를 높이는 게 목표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재택근무제’도 도입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내수 활성화는 물론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해수욕장에 휴양소를 설치한다. 임직원과 가족들이 편리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매년 휴가 기간에 사업장별로 국내의 주요 해장 및 캠핑장에 휴양소를 마련하고 있다.
SK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솔선수범해 ‘빅 브레이크(big break·장기휴가)’를 떠나고 있다. “눈치 보지 말고 휴가 가라”는 구두 홍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을 비롯한 회사 경영진은 먼저 본인의 장기 휴가 일정을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부하 직원들이 미리 장기 휴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이뤄낸 고도성장 속에서 의도치 않았던 양극화 등 사회·경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SK그룹은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CEO와 임직원들은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LG 역시 임직원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장기 휴가를 독려하고 있다. 5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최대 5주까지 쉴 수 있는 ‘안식휴가제도’를 시행한다. 직원들의 사기 고양 차원에서 팀별로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최소 2주에서 최장 5주까지 쉴 수 있다.
무더위를 이겨라…기업들의 여름나기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면서 기업들은 직원들이 혹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에게 휴가를 독려하기 위해 특이체험, 자기계발 방법 등의 우수 사례를 발굴·공유하는 ‘하계 휴(休)테크 사진 & 수기 콘테스트’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사내 식당들에서 자석 낚싯대를 이용, 모형 풀장의 물고기 잡기 게임을 해 선물을 증정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하절기 쿨비즈 복장 착용, 아이스크림 등 간식 제공, 하계휴양소 운영 등을 통해 불볕더위를 견뎌내고 있다. 특히 통상 7월과 8월 2개월에 걸쳐 시행하던 하절기 복장 착용 기간을 4개월까지 늘리기도 했다. 또 더위에 지치기 쉬운 공장 직원들을 위해 매년 보양식을 제공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푸드트럭이 사업장을 돌며 시원한 과일 화채 등 여름철 특별 간식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펼친다. 복날을 맞아 10가지의 치킨 브랜드를 블라인드 테스트로 맞히는 ‘치킨의 달인’ 이벤트도 열어 팀 내 간식을 나누는 재미를 더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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