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나오는 한반도 상황

입력 2017-07-31 18:01   수정 2017-08-01 07:07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노골화하면서 미국 내 반응이 복잡해지고 있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시간은 끝났다”(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등 강도를 높인 압박 발언과 함께 대북 제재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중국이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등 적극 나서지 않는 한 북한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지면서, 주한미군 철수 등 ‘빅딜론’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 붕괴 후 닥칠 일에 대해 중국과 미리 합의한다면 북핵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라는 완충장치를 잃고 국경 바로 옆에 미군을 두게 되는 중국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도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제이 레프코위츠 전 미국 북한인권대사는 “‘하나의 한반도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역시 중국과의 협상카드의 일환이다. 한국이 배제된 채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되는 시나리오다.

“서울을 지키기 위해 LA를 희생할 수는 없다”는 미국 전문가들 사이의 담론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이 핵 미사일로 미국 주요 도시를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다면, 미국의 안보전략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협상한다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노골화하고 있다. 북한은 “조선반도(한반도) 핵 문제는 철저히 조·미(북·미)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의도는 명확하다. 핵·미사일을 손에 쥐고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다. 미·북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약화로 이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전략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말보다 행동으로 북한을 실감케 하라”고 했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 차원에서 미국 전술핵무기 재반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게 여의치 않다면 자체적인 ‘공포의 균형’ 확보에 나설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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