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방직, 전남방직처럼 사업장과 고용 줄이고 한국 떠나는 기업만 늘어날 것
정작 필요한 건 기업활동 옥죄는 규제완화"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한국제도경제학회장 >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의 만찬 회동에서 “기업은 경제 활동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정부는 경제 정책을 통해 기업의 경제 활동을 돕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앞으로 정부가 기업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과연 그럴지 헷갈린다. 실제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사람들은 말을 믿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믿는다. 아무리 말로 기업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더라도 실제 정책이 그렇지 않다면 기업들은 거기에 반응한다.
정부의 실제 정책에 대한 반응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919년 경성방직으로 출발한 국내 1호 상장기업 경남방직이 광주의 면사공장 절반을 베트남으로 옮기고, 1935년 광주에서 가네보방적으로 시작한 전남방직은 국내 공장 여섯 곳 중 세 곳을 폐쇄하고 600여 명을 감원하겠다고 한다.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들을 감행한다면 전남방직처럼 사업장과 고용을 줄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경남방직처럼 한국을 떠나려는 기업이 줄을 이을 것이다.
정부가 정말로 기업의 경제 활동을 돕고 싶다면 정부가 할 일은 지금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많은 조치들을 취해왔다. 노조 친화적이고 경직적인 노동법규는 물론 반(反)재벌, 반대기업 정서에 편승한 공정거래정책, 상법 개정안,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온실가스 감축, 산업 현장을 도외시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 등 기업 활동을 억제하는 법들로 기업 환경이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그래서 기업 활동을 돕는 것은 이런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 활동을 돕겠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이 실현되면 기업 환경은 정말 최악의 상황에 이른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다른 나라들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는데 우리만 반대로 인상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32.1%였던 법인세를 23.4%로 인하했고, 미국도 최근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낮추고 상속세를 폐지하는 한편 최고 39.6%인 소득세율도 35%로 인하하기로 했다.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도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 반면 지금 우리만 22%인 법인세 최고세율(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을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글로벌 세금 인하 경쟁과 반대로 간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기업의 엑소더스’다. 일자리가 줄고 경제는 더욱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현 정부 목표와 반대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정책들을 밀어붙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한국은 일반적인 경제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적인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런 정책을 추진한다 할지라도 ‘애국가’ 구절처럼 하느님이 보호해줘 나라가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이런 결과들을 추론할지 모르는 무지 때문인가.
기업 활동이 늘어나고 생산이 증가해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국민 소득도 증가하는 법이다. 기업 활동을 억제하는 나라치고 잘사는 나라는 없다.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 말처럼 실제로 기업의 경제 활동을 돕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신뢰를 잃는다. ‘양치기 소년’처럼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효과가 없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의 신뢰 상실은 사회 전반에 확산돼 신뢰가 부족한 사회를 조장한다. 신뢰 부족은 사회의 소통과 응집력을 약화시켜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 정부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올바른 정책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한국제도경제학회장 jwan@kh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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