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중 11명 드라이버 비거리, 작년보다 평균 4.26야드 늘어
"멀리 똑바로 쳐야 우승 넘봐"
[ 이관우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주름잡는 ‘화수분’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다. KLPGA를 평정한 뒤 미국 무대에 진출한 선수들이 ‘글로벌 1인자’에 연이어 등극하기 때문이다. ‘한국 1등이 세계 1등’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낸 K골프의 위상이다. 세계 표준 K골프 챔피언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멀리 똑바로’샷 대세로
KLPGA는 올 시즌 상반기 17개 대회를 열어 13명의 챔피언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아마추어 챔프 최혜진을 제외한 12명의 샷 지표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지난해보다 거리가 늘었다는 게 가장 큰 공통점이다. 12명 중 11명의 드라이브 비거리가 평균 4.26야드 늘었다. ‘거리’의 중요성이 한결 뚜렷해진 셈이다. 지난 5월 E1채리티오픈을 제패한 이지현(21·문영그룹)은 13.65야드가 늘어 챔피언 가운데 가장 비약적으로 비거리가 향상됐다. 이지현은 “동계훈련으로 체력 강화에 신경썼고 드라이버를 자신있게 치려고 노력했다”며 “드라이버가 좋아지니까 나머지 샷이 편해져 성적이 확 좋아졌다”고 말했다. 장타 서열 2, 4위에 각각 올라 있는 김민선(22·CJ오쇼핑)과 김지영(21·올포유)도 6야드, 9야드씩 늘었다.
파워 히터들이 떠오른 것은 장타자가 득세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맞닿아 있다. LPGA 장타 괴물 렉시 톰슨(미국)이나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올해 루키로 데뷔한 박성현은 물론 31일 스코티시오픈을 제패한 이미향까지 장타가 특기다. 최근 2승을 수확한 김인경(29·한화)도 지난 2년 새 15야드 이상 비거리가 늘었다.
체력훈련은 그래서 필수가 됐다. 김지현(26·한화)과 김지영은 “하체와 코어근육 훈련을 많이 했는데, 몸이 빵빵해졌다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고 말할 정도로 챔피언들의 체력이 좋아졌다.
거리가 늘었다고 해서 정확도가 나빠진 것도 아니다. 아이언 정확도가 높은 ‘아달(아이언 달인)’들의 득세가 눈길을 끈다. 아이언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적중률 최상위 5위 안에 김지현(1위), 김민선(3위), 김해림(4위), 이정은(5위) 등 시즌 챔피언 4명이 포진해 있다. 멀리 치되 정확하게 치지 않으면 우승경쟁을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박성현 향수? 닥공스타일 급부상
박성현은 지난해 KLPGA에서 7승을 수확한 뒤 올해 LPGA로 건너갔다. ‘닥치고 공격’이 그의 전매특허. 웬만하면 핀을 향해 아이언샷을 날리고, 파5 긴 홀에서는 하이브리드로 2온을 노린다. 이를 통해 버디나 이글을 잡아내 타수를 줄이는 전략이 ‘닥공’ 스타일이다. 이런 박성현식 닥공 스타일이 올해 상반기에도 강세다. 선수의 공격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파브레이크율(한 홀에서 버디 이상을 잡아내는 확률) 1~5위가 모두 챔피언들로 채워졌다. 승부사 기질이 강한 이정은(21·토니모리)이 23.33%로 챔프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정은은 “나름대로 확률을 따져서 공격하지만 확신이 설 경우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확실하게 공격적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박성현도 지난해 파브레이크율 1위를 기록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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