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 입장서 '최순실 사기에 당했다'로 선회
[ 고윤상/좌동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공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 부회장을 대변하는 변호인 측 전략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초 이 부회장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와 질책으로 어쩔 수 없이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에게 승마 지원을 했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박 전 대통령보다는 최씨 측으로부터 사실상 협박과 사기를 당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강조하고 있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재판에 피고인으로 나온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독대 당시) 올림픽 지원 소홀 문제 때문에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며 “(당시 대한승마협회장을 맡은) 박상진(전 삼성전자 사장)은 최순실이 대통령의 힘을 믿고 삼성을 희롱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정씨를 지원하라는 직간접적인 지시나 요청을 하지 않았고, 이와는 별개로 최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삼성이 해코지 당할 우려 때문에 지원했다는 의미다. 장 전 사장은 ‘결국 최순실이 두려워 최씨가 요구하는 대로 지원했냐’는 재판부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답변했다.
장 전 사장보다 하루 전날 증인으로 나온 박 전 사장도 “(승마 선수 선발 절차가 변질된 것으로) 나중에 비난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최순실에게) 해코지 당할 위험이 더 클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승마단을 지원하려 했던 삼성 측이 결국 최씨의 딸 정유라만 단독 지원한 것은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는 삼성이 어쩔 수 없이 승마를 지원한 이유가 박 전 대통령보다는 최씨에게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는 올초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대리인단이 세운 ‘삼성 사기 피해자’ 논리와 비슷하다. 탄핵 심판 대리인단 소속이었던 한 변호사는 “당시 대리인단은 사건 기록을 모두 살펴본 뒤 박 전 대통령과 삼성 모두 최씨에게 사기당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국내 최고 수준의 정보력을 갖췄다는 삼성도 상당 기간 최씨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윤상/좌동욱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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