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뜯은 가짜의사 일당 검거
[ 이현진 기자 ] 지난해 1월 간암 말기 환자 A씨는 난치병 암환자도 고친다는 소문에 의사 김모씨(56)를 찾았다. 김씨는 국내 명문 의대를 졸업하고 중국 유명 의대에서 중의학을 수료한 박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A씨는 “세포를 재생시키는 신물질로 2~3개월 안에 완치할 수 있다”는 김씨의 권유에 3000만원을 들여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가짜 의사 김씨가 벌인 사기극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2대는 말기 암환자 등에게 ‘산삼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재생 신약’이라고 속여 치료비 명목으로 3억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김씨와 실제 한의사인 신모씨(45) 등 네 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말기 암환자 등 13명을 상대로 주사약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면 완치할 수 있다고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씨는 비슷한 범죄로 선고받은 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일당의 사기행각은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을 오가면서도 벌어졌다. 일부 피해자들은 “한국에선 불법이니 베트남에 가 있으면 치료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넘어갔다. 이들은 일당이 마련한 베트남 하노이의 한 아파트에 머물며 1인당 400만~75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냈다.
범행에는 실제 한의사인 신씨와 오모씨(45)도 가담했다. 의료자격이 없는 주범 김씨는 수사기관의 표적이 될 경우 ‘직접적인 주사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기 위해 한의사를 고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진료는 서울의 호텔 객실 등에서 김씨가 환자 상태에 따라 가짜 치료약의 투여량을 결정하면 신씨와 오씨가 주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현행법상 한의사는 침술 외 전문의약품 주사행위는 할 수 없다.
경찰 조사에서 신씨 등은 “환자들이 일시적으로 호전 반응을 보여 김씨의 치료법을 믿었다”며 발뺌했다. 경찰은 두 한의사에 대한 정보를 대한한의사협회에 전달했다.
또 다른 공범 유모씨(50)는 의약품제품 제조 자격도 없이 치료주사제를 만들어 일당에 공급했다. 이들이 개발했다는 세포재생 신약의 성분은 진통제·국소마취제·항생제·비타민 등 전문의약품을 합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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