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컨테이너선사 14곳 '한국형 해운동맹' 뭉친다

입력 2017-08-03 17:39  

한국해운연합(KSP) 2018년 1월 1일 출범

민간 자율협의로 의견 수렴
베트남·태국 등 중복노선 정리…'제 살 깎기식' 경쟁 막아

합종연횡 통해 경쟁력 확보
협상 주도권 우위 기대…가격담합 땐 '무역분쟁' 우려



[ 박재원 기자 ]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국내 해운업계가 내년 1월 한국형 해운동맹인 ‘한국해운연합(KSP)’을 출범한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중국 및 일본 선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해운 동맹체다. 노선 구조조정을 통해 국내 선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베트남·태국 노선 첫 수술대

정부와 국내 컨테이너선사 14곳은 오는 8일 KSP 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밑그림은 완성됐다. 우선 MOU 체결 이후 10월 말까지 업체 담당자가 모인 실무운영회의를 통해 각 사의 이해관계를 수렴한다. 노선 합리화를 위해서는 업체 간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11~12월 두 달간은 선복 확보, 스케줄 변경 등 KSP 출범을 위한 막판 점검을 한다.

해운업계는 가장 먼저 베트남, 태국 노선을 수술하기로 했다. 국내 선사들이 운항하는 국가 중 가장 내부 경쟁이 치열한 노선으로 꼽힌다. 국내 선사들은 베트남 하이퐁 노선을 13개나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을 거쳐 태국 방콕으로 향하는 노선도 12개에 달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끼리 제 살 깎기 경쟁을 하다 보니 절반도 채우지 못한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며 “KSP를 통해 이 같은 비효율 노선을 합리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베트남, 태국에 이어 두 번째 구조조정 대상은 인도네시아 노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세지는 中·日 합종연횡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운영 과제 중 하나로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을 꼽고 있다. KSP 출범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급격히 추락한 한국 해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첫 단추다. 글로벌 7위 해운업체였던 한진해운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국내 국적선사들은 중국, 일본 업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일 양국은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커진 덩치만큼 화주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손쉽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중국 국유 해운사 코스코(원양해운그룹)는 홍콩 OOCL(오리엔탈 오버시스)을 63억달러(약 7조2500억원)에 인수했다. 세계 4위 코스코와 세계 7위 OOCL이 통합되면서 해운업계에서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일본도 민간 주도로 글로벌 해운사를 만들었다. NYK, MOL, K라인 등 일본 해운 3사는 컨테이너 부문을 합병해 선복량을 대폭 늘렸다. 우리 정부와 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이 해운동맹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이해관계 조정이 관건

업체들은 일단 KSP 출범을 환영하고 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국적선사 몇 곳이 뭉친 미니 해운동맹인 HMM+K2가 국내 선사 전체로 확대되는 개념으로 각자 장점을 살려 중국 등 해외 업체들과 경쟁한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환구 흥아해운 부사장도 “국가 전체적으로 협상력을 키울 수 있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모든 이해당사자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서로 이익 챙기기에 나설 경우 중소업체가 외면당할 가능성도 있다. 해외 선사들이 가격 담합 등을 지적하며 자칫 무역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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