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설 기자 ] 국가정보원이 2012년 대선 당시 3500여 명에 이르는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해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3일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따르면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국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임 후 심리전단을 통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민간인으로 구성된 30여 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한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심리전단의 본래 역할은 인터넷상에서 북한 공작에 대한 대응이다.
외곽팀은 인터넷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친정부 성향의 글을 올려 국정 지지여론을 확대하고 정부 비판 글은 ‘종북세력’으로 몰아세워 반정부 여론을 제압하기 위해 운영됐다. 외곽팀 구성원은 회사원과 주부, 학생 등 보수 성향의 민간인이며 각자 개인 시간에 활동했다고 TF는 보고했다. 국정원이 인터넷 여론 조작을 위해 민간인에게 지급한 돈은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 부대’ 규모와 예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 ‘댓글 부대’ 사건은 18대 대선 직전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당시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원 직원이 은신하던 오피스텔을 급습하고 이 직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또 2013년 4월 원 전 원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만 민병주 심리전단장 등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TF는 국정원이 2011년 당시 여당의 선거 승리 방안을 제안하거나 야권 인사의 동향 파악 내용을 담은 문건을 작성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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