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습격③] 4월이면 여름옷 점령...겨울 패딩은 경량화

입력 2017-08-04 09:12   수정 2017-08-04 10:44


한반도의 계절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뚜렷한 사계절 대신 여름이 갈수록 도드라진다. 여름이 봄의 시간까지 빼앗으면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던 5월은 폭염의 달로 바뀌었다. 올해도 일부 남부 지방에서는 5월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하고 있어서라는 게 기상 전문가들과 학계의 중론이다. [한경닷컴]에서는 기후 변화가 가져오고 있는 우리 생활의 다양한 변화를 3편에 걸쳐 알아본다.

백화점 패션매장들은 이맘때쯤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다.

계절을 앞서가는 패션업계 특성상 8월 중순 무렵부터 간절기용 신상품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이런 풍경들은 거의 사라졌다.

봄·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간절기용 상품은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대신 이른 봄부터 초가을까지 반팔, 반바지 같은 여름 옷이 자리를 지키고, 겨울옷의 대명사인 구스 패딩은 갈수록 부피를 줄인다.

◆봄에 고개 내미는 여름상품

패션업계에 따르면 여름 상품의 출시 시기는 4월로 빨라졌다. 봄에도 한낮 기온이 30도가 넘어가는 날이 늘면서 여름옷 구매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많아져서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지오투는 올해 4월 에어 매시재킷을 출시했다. 초경량 타공 소재를 사용해 통기성을 강화한 여름용 재킷이다.

지난해 4월 내놓은 무중력 에어재킷이 여름철 매출을 견인하면서 올해도 여름옷 출시를 서둘렀다.

유통채널에서도 발빠르게 여름상품을 입는다. 신세계백화점 패션매장은 지난 5월 여름상품 비중을 80%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5월에는 봄과 여름상품 비중이 반반이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여름상품의 판매 소진율도 앞당겨지고 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스파오의 여름 전용상품은 7월 2주차에 누적 판매율이 71%를 돌파했다"며 "판매율이 급증하는 시기가 작년보다 열흘 가량 빨라진 셈"이라고 밝혔다.

◆일상까지 파고든 냉감소재

아웃도어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냉감소재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남성복은 물론 일상복까지 파고 들었다.

남성복에서 냉감소재는 쿨비즈룩으로 주로 활용된다.

이랜드리테일은 신사복브랜드 샙(SAP), 란찌에서 지난 3월 뱀부스판노턱팬츠를 출시했다.

대나무에서 추출한 원사를 냉감 기능성 소재로 넣은 제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여름 소재인 레이온만 함유된 것보다 훨씬 더 시원하다는 게 특징"이라며 "타깃 연령층이 높은 샙에서 많은 인기를 끈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도 땀을 빠르게 말리는 드라이 기능을 갖춘 감탄 팬츠를 출시했다.

도레이와 개발한 신소재 에어닷츠(Airdots)가 주머니 안감에 적용됐다는 게 특징이다. 에어닷츠는 스포츠웨어에 적용되는 소재로 통기성을 높인다.

◆온화한 겨울에 옷도 얇아진다

지난해부터 아웃도어 업계에는 경량화 패딩 트렌드가 불고 있다.

겨울에도 온화한 날씨가 많아지면서 헤비다운보다 경량 패딩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블랙야크는 다운 카테고리에서 경량 비중을 40%까지 높일 계획이다. 2015년 90%를 차지했던 헤비다운 비중은 지난해 70%까지 줄었다.

아이더도 지난해 경량패딩 재킷 물량을 2015년보다 3배 이상 많이 생산했다.

경량패딩은 기존의 다운패딩보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가 높고, 외투 안에 껴입는 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에 제조·직매형(SPA) 브랜드에서도 경량패딩의 인기가 높다. 지난해 유니클로의 '울트라 라이트 다운'은 주요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랜드 리테일이 출시한 'E구스다운' 경량패딩은 출시 50일 만에 23만장이 팔렸다. 이 제품으로만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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