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새 대북제재 '급류'… 미·중 의견 접근

입력 2017-08-04 17:43   수정 2017-08-05 07:06

원유수출 금지 등 포함…러시아 반대 여부가 변수
미국 "합의 안되면 독자제재"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대응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안에 미국과 중국이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3일(현지시간) 서방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이르면 4일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15개 유엔 안보리 이사국에 회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달 4일 북한의 1차 ICBM급 미사일 발사 후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논의에 들어갔으나 중국, 러시아 등의 반대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제재안은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 금지, 북한 노동자 채용금지 등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재안 초안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의 지지를 받은 뒤 비상임이사국 10개국에 회람되며 이어 표결에 부쳐진다.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만 반대해도 통과가 안 되고, 이사국 15개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외신은 미국과 중국이 초안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유엔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결의안 초안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단계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중국이 여러 난제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았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4일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안보리 대북 결의 집행을 엄격하게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러시아다. 바실리 네벤샤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아직 상임이사국 간 합의가 없다”며 추가 대북제재에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이 아니라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의 제재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최근 미국의 대(對)러 제재법안 처리도 러시아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상임이사국에서는 러시아가 변수가 되고 있으며, 비상임이사국 10개국 중 표결을 반대하거나 미루려는 회원국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시슨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3일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제재는 인내를 요구하지만 동시에 유엔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치”라며 “안보리가 반복되는 제재 위반 행위에 눈을 감으면 미국은 자국과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중국에 단둥은행의 미 금융권 거래 중단, 최악의 인신매매국 지정 등의 조치를 취하고 추가 보복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 해킹 등을 이유로 지난 2일 러시아 기업들의 미국 내 활동을 제한하는 제재안을 발효시켰다. 러시아는 즉각 미국 외교관 755명을 추방하는 등의 조치로 대응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번 주말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을 만날 예정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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