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트럭·스포츠카 등 자국내 경쟁업체와 제휴 강화
자율주행차 상용화 앞두고 '일본 실리콘밸리'서 IT인재 영입
[ 허란 기자 ]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 업체와 손을 잡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글 테슬라의 등장으로 자동차업계는 전기차(EV)·자율주행차 분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도요타는 제휴 강화로 포위망을 넓히는 동시에 인공지능(AI) 등 관련 첨단기술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도 시작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도 관련 정보기술(IT) 인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규모의 싸움’과 ‘경쟁의 질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쓰다와 손잡고 미국에 새 공장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마쓰다자동차와 함께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남부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르노닛산자동차 연합이 올 상반기 자동차판매 세계 1위에 오르며 3위로 밀린 도요타가 본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번 제휴는 상호출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도요타는 마쓰다 주식 5% 안팎을 취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5월 마쓰다와 환경 및 안전 분야 업무 제휴를 검토했지만 큰 진전이 없자 자본 제휴로 전기차 개발에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마쓰다의 강점인 디젤 엔진 개발에도 협력한다.
도요타는 지난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다이하쓰공업에 신흥국용 소형차 부문을 맡겼다. 트럭 생산은 이스즈, 히노와 협력하고 스포츠카는 스바루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도요타는 자회사 및 제휴업체와 분업을 명확히 하고, 겹치는 인력과 자금을 전기차나 자율주행 등에 투입해 구글 등 새로운 경쟁자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큰 전환기여서 수비뿐 아니라 공격도 필요하다”며 “인수합병(M&A)도 포함해 모든 선택 사항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환경 규제와 기술 혁신도 도요타의 변화에 채찍질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수치 조작을 계기로 자동차업계가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다. 친환경 하이브리드차에 역점을 두고 있던 도요타에는 역풍이 불어닥친 것이다.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등장으로 자동차 소유에서 이용으로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R&D 확대에 AI 벤처펀드까지
도요타는 제휴 전략 외에 R&D 및 스타트업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날 1분기(4~6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줄어든 5742억9000만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올해 매출 감소에도 일본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회사로 남았다.
도요타 영입이익이 감소한 것은 인터넷 연결성과 자율주행 분야 R&D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플라노에 소비자의 운전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설립을 골자로 한 커넥티드카(인터넷·모바일과 연결된 차) 전략을 발표했다. 스탠퍼드 MIT 카네기멜론 미시간 등 주요 4개 대학 인근에 AI 및 로봇 관련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도요타는 지난달 1억달러 규모의 AI 벤처펀드 운용도 시작했다. 이 펀드는 카메라, 매핑 알고리즘, 노인을 위한 로봇 개발업체에 투자했다.
◆난부센을 제2의 실리콘밸리로
도요타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AI 자율주행차 분야 인재 영입이다. 도쿄 서남부를 가로지르는 일본 철도 ‘난부센(南武線)’ 지역에서 IT 인력 채용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도요타는 전기차 배터리 회사 NEC가 있는 무카이가와라역 등에 “우리는 미국 실리콘밸리보단 난부센에서 엔지니어를 구합니다”라고 적힌 입간판 광고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도쿄 다치카와역과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역을 잇는 난부센은 과거 가와사키 지역 공장 근로자들의 통근 수단이었다. 이후 도시바 R&D센터 등 IT 기업들이 가와사키에 들어서면서 ‘첨단기술노선’으로 변신했다.
도요타는 구글 등과 경쟁하기 위해 난부센 지역에서 인재를 대거 확보할 예정이다. 우버와 테슬라의 등장으로 실리콘밸리 자동차기술 전문가의 급여가 급증한 것도 도요타가 현지로 눈길을 돌린 이유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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